혼자가 아니라 100여명의 상인들이 하나로 뭉쳐 거리의 번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경수 보정동 카페거리 번영회장은 “보통 상인들은 장사가 잘되길 바라면서도 서로 경쟁하기에 바빠 상권의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정동 카페거리 상인들은 아름다운 상권 조성이 혼자 잘 되길 바라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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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식을 느낀 우 회장은 상인들을 불러 모아 거리 살리기에 나섰다. 상인들은 우선 거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아 환경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100여개 점포로부터 30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나무에 걸어 놓을 조명과 벤치 등을 샀다.
아울러 상가인들은 못과 망치를 가지고 나와 화단과 포토존을 직접 만들었고 이정표까지 세웠다. 거리에 설치된 이정표와 아름다운 조명, 곳곳에 걸린 그림 모두 상인들의 작품이다. 번영회는 겉모습뿐 아니라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외부에 있는 음악가들 또는 공연팀을 초청해 다양한 문화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이 다시 보정동 카페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주차장에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였으며 지난해 10월31일 할로윈데이에는 약 1만3000여명이 보정동 카페거리를 찾았다. 카페 입구로 들어오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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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들깨나들이 칼국수 사장은 “상가만 즐비한 상업지역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이름난 보정동 카페거리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보정동 카페거리가 선진국형 상권의 대표적인 예라고 높이 평가한다. 안치환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장은 “문화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소비자들은 특색이 있는 상권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며 “신촌만의 특색이 사라지고 나서 홍대 상권이 살고 홍대마저 특색이 사라지니 연희동으로 소비자가 움직이는 이유가 다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정동 카페거리는 그 상권을 조성한 상인들도 모르게 선진국형 상권형성에 성공한 사례”라며 “아울러 상인들 스스로가 나서서 상권을 조성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부심도 생기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됐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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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가가 잘되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크게 인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보호책이 없는 상황이다. 우 회장은 “누구의 도움 없이 상가인들이 나서서 용인시의 명물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면 용인시도 그에 따른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손을 놓고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청 역시 보정동 카페거리와 같은 소상공인 상권 보호 정책은 전무하다. 이현종 소상공인정책과장은 “아직 상권 보호 정책은 따로 없다”며 “향후에 관련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보정동 카페거리와 같은 모범사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 스스로의 인식개선이 우선이며 이를 뒷받침해줄 정부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며 “외국의 사례와 같이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역상인협의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