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관용차 지원 역주행…국방부 국실장·부대 주임원사까지 확대

김관용 기자I 2016.06.01 06:30:00

국방부 자체 훈령 개정, 출퇴근 가능한 전용 차량 지급 확대
장군 뿐 아니라 국방부 고위공무원 및 軍 주임원사 포함
전용 차량으로 골프장 및 종교시설 이용 허용, 내부 논란도
국방부 "업무 광범위하고 기동성 필요" 해명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자체 규정을 개정해 출·퇴근이 가능한 전용 차량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장관급 장교(장군) 및 대령급 지휘관 뿐 아니라 실·국장급 국방부 고위공무원을 포함한 군 산하기관장과 각군 본부 주임원사까지 지원하기로 한 때문이다.

특히 국방부는 공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감사관실의 반대에도 불구, 골프장 등 체력단련시설과 종교시설 방문 때도 전용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치는 문민화 정책의 퇴보로 풀이된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국방부는 문민화 방침에 따라 타 부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국·실장급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전용 차량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지급 기준을 이전보다 더 확대해 훈령으로 제정했다.

이번 조치로 국방부 고위 관료와 군 간부 중 40명 가량이 추가로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용 차량을 지급받는 국방부 간부 및 군 산하기관장이 50명에 육박하게 된다. 국방부 소속 고위 공무원 중 11명은 이미 전용 차량을 지급받아 이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다른 정부부처에서는 장·차관에만 전용 차량을 지원한다.

◇실장은 ‘그랜저’·국장은 ‘K5’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방부는 ‘군 승용차 운용 훈령’과 ‘군용특수자동차 관리 훈령’, ‘군용차량 유료도로 사용 훈령’ 등을 통·폐합한 ‘군용차량 운용 및 관리 훈령’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국방부 소속 고위공무원과 각군 본부 주임원사를 전용 차량 지원대상으로 명시했다. 이번 훈령 제정으로 국방부 본부에서 근무하는 실·국장 이상 고위공무원 중 13명이 추가로 전용 차량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국방부 고위공무원은 장·차관을 제외하고 총 24명(실장 5명·국장 19명)이다. 이중 이미 파견 근무 중인 현역 소장(국장급) 4명과 국방부 장관 승인을 받은 고위공무원 7명이 전용 차량을 지급받아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전용 차량 지원 대상에 합동참모본부·각군본부·연합사령부·육군 3개 사령부, 해병대 주임원사 9명을 포함했다. 부사관 대표성과 장기 근속 고참간부에 대한 예우차원이다. 또 국군수도병원이나 국군인쇄창 등 군 산하 기관장에게도 전용 차량을 지원한다. 현재 군 산하 책임운영기관은 인쇄(1곳)·의료(2)·연구(1)·보급(5)·정비(7)·정보화(2) 관련 총 18개다.

국방부 전용차량 지급 기준은 대장급 3800cc 미만, 중장급 3000cc 미만, 소장급 2400cc 미만, 준장급 2000cc 미만, 대령급 지휘관 1800cc 미만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실장은 ‘그랜저’급 차량을, 국장은 ‘K5’ 급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현 국방부 장관은 에쿠스(3700CC)를, 차관은 구형 체어맨(3000CC)을 탄다. 현재 우리 군의 장성 숫자는 육군 310여명, 해군 50여명, 공군 60여명, 해병대 15명 등 총 440여명으로 이들은 모두 전용 차량을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법무관리관실 “고위공무원 차량 지원 신중해야”

국방부의 이번 훈령 제정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군용차량 운용 및 관리 훈령 제정 추진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관리관실과 감사관실 등은 이번 훈령 개정이 문제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군수관리관실은 고위 간부의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훈령 개정을 강행했다.

법무관리관실은 국방부 본부 고위공무원의 전용 차량 지원 조항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소유인 군용차량이 군수품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공용 차량의 개인이용을 제한한 ‘공용차량 관리규정’의 취지에 준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방부 군수관리관실은 “군수품인 군용차량은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장관 승인하에 차량 지원이 가능하다”면서 “고위공무원의 업무수행 범위와 중요성을 고려시 전용차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공용차량 관리규정에 따르면 차관급 공무원 이상에게만 전용 차량을 배정하는 게 원칙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앙행정부처는 장·차관에게만 전용 승용차를 지급한다. 이밖에 차관급이 처장과 차관보급인 청장 정도가 전용 차량 지급 대상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차량은 군수품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방부장관이 승인하면 군 소속 전용 차량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국방부장관은 필요한 차량을 확보해 행정자치부에 통보만 하면 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전용 차량은 기본적으로 차관급 이상 공직자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기능과 업무 등을 고려해 해당 중앙행정기관 장이 차량을 용도 및 규모별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골프장 등 체력단련장 이용도 공무” 주장

이와 함께 국방부 내부에서는 전용차량의 군 체력단련장과 군 종교시설 이용 조항에 대한 재검토 의견도 나왔다. 체력단련장은 군이 운영하는 골프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훈령은 관할구역 내 체력단련장과 종교시설 이용을 ‘공무’로 인정해 전용 차량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했다. 군 장성 및 대령급 지휘관, 국방부 본부 고위공무원, 군 주임원사, 군 책임운영기관장은 전용 차량를 타고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들 시설은 공무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부패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해당 의견에 대해 군수관리관실은 “군인들이 지역 내에서 비상대기하며 체력단련과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취지에 따라 군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면서 “시설 이용시 전용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사법팀장은 “군인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조성된 군 골프장이 군 간부 배우자와 퇴역 장교들의 전유물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고 수많은 군인들이 방산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이번 훈령 제정은 군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서 “국민세금이 낭비되지는 않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타 부처와는 달리 책임 업무 지역과 영역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다”면서 “즉각적인 현안 대응과 적시적인 지도를 위해 상시 기동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를 위해 전용차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