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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SNS 허세?..그래도 갖고 싶다, 스벅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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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기자I 2015.11.20 06: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혹시, 토피넛라떼에 토피넛 시럽을 빼주시면 안 될까요?”

스타벅스 직원이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 직원의 마음을 나도 안다. 토피넛 라떼에 토피넛 시럽을 빼면 그냥 라떼를 마실 일이지. 토피넛 시럽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말하고 받은 시즌 음료는 그래도 내 입에는 너무나 달다.

2012년과 2015년 스타벅스 다이어리. 서랍 속에서 찾아냈다.
사약을 마시듯 토피넛 라떼를 들이켜고 스타벅스 매장에 전시된 다이어리를 바라본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스타벅스 다이어리, 네가 뭐라고 나는 입에 맞지 않는 이 크리스마스 시즌음료를 두 번이나 더 마셔야 한단 말이다.

스타벅스는 매년 연말이면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를 연다. 스타벅스 음료를 일정 이상 마시면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몰스킨 다이어리를 주는 행사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17잔을 마시면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

매년 다이어리 행사를 볼 때마다 ‘스타벅스는 마케팅의 귀재!’라고 감탄하곤 한다. ‘나는 자주 커피를 마신다→ 몇 잔만 더 마시면 무료로 다이어리를 준다→커피도 마시고 다이어리도 얻는 일석이조’라는 논리로 매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보며 침을 흘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 시즌음료 3잔 포함’이라는 제약이다. 시즌 음료는 대개 단 시럽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단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나에겐 항상 시즌 음료를 마시는 것이 큰 숙제다.

올해는 들어보니 스타벅스 스티커가 벌써 매매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음료(흰색 스티커)는 2500원, 시즌음료(빨간색)는 3000원이다. 토피넛 라떼를 두 잔 더 마시느니 빨간 스티커 두 장을 구매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벌써 몇 년째 연말마다 시즌음료와 씨름하는 나의 이런 행동을 남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다이어리가 필요하면 돈 주고 사면 된단다. 사실 스타벅스 다이어리 4종 중 2종은 돈만 내면 스티커 따위 모으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매년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열광하는 우리는 단순히 수첩 하나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니다. 커피도 마시고 다이어리도 받았다는 성취감을 얻고 싶은 것이다. 우리도 대부분 열심히 모은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교환하며 “이게 뭐라고”라며 중얼거린다.

게다가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질 좋기로 유명한 몰스킨 제품이 아니던가. 그것도 언제나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닌, 겨울이 끝나면 더는 구할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점도 여심을 흔들기 충분하다.

이 때문에 난 절대 부탁을 들어줄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남편에게 ‘혹시 스타벅스에 가면 꼭꼭 시즌 음료를 마셔줘’라는 애교 넘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올해 출시된 스타벅스 2016 다이어리. 왼쪽 두 제품은 음료를 꼭 마셔야만 받을 수 있는 ‘한정판’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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