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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유승민’은 이제 현실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권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과 등을 지면서 ‘법’ ‘정의’ ‘원칙’ 등의 화두를 던진 게 갑작스런 대중적 인기의 요인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내세운 거대담론 외에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울 만한 ‘작품’은 아직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그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일 당시 비서실장을 맡은 ‘원박(원조친박)’이었다가 ‘탈박(탈박근혜)’하는 과정에서 경제관(觀)이 크게 바뀐데 대한 설명도 제대로 없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치인 유승민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엄연한 대선주자인 만큼 더 검증해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생겼다”고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 논쟁적…“예산개혁 우선”
11일 이데일리가 유 전 원내대표의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그간 대표 발의한 법안 등을 분석한 결과, 그의 대표적인 경제철학은 △중(中)부담 중(中)복지 △단기부양책 배격 △재벌개혁 △사회적경제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하나같이 논쟁적인 의제들이다. 여권 전반이 공유하는 정통보수 기조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소 진보적인 자신의 철학을 여권 전반에 융화시키는 게 유 전 원내대표의 최대과제로 꼽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가 원박 시절 내세웠던 경제관과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먼저 중부담 중복지. 그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인 ‘증세없는 복지’를 두고 “허구”라고 했다. 고령화사회 들어 복지수요가 팽창하고 있는 만큼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 전 원내대표는 “현재 우리의 복지는 ‘저(低)부담 저(低)복지’인데, 이는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에 크게 부족하다”면서 “증세도, 복지조정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증세에 앞서 ‘예산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분야 외에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일부 불필요한 예산만 줄여도 증세 효과 이상일 것이란 얘기다.
여당 한 경제통 의원은 “예산개혁은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서야 해 정부와 정치권이 하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박근혜정부도 세출 구조조정을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특정 대중에 증세를 설득하기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예산개혁에 먼저 총대를 메야 한다는 얘기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유 전 원내대표도 지역구가 있는 만큼 기존 예산을 다시 검토해보자고 대놓고 얘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부담 중복지의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당장 중부담 중복지를 학문적으로 정의하기도 애매하다. 학계에서는 통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규모를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6%) 정도를 중부담 중복지로 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 수치는 10.4%에 불과했다. 복지지출이 두 배로 올라가고 다른 분야 예산도 요지부동이라면, 큰 폭의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 당시 조세 저항을 떠올려볼 때 쉽지 않은 목표다.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을 도우며 ‘줄푸세(세금과 정부규모는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기)’를 설계했다는 점도 추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조세정책의 입장이 바뀐데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②편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