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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결혼식은 끝..'스몰웨딩' 뜬다

염지현 기자I 2015.06.18 06:00:00

''다다익선'' 최고로 여긴 결혼문화..간소하게 변화
유학파↑, 서양식 사고 들어와.."형식보다 내용"
제주도 인기 ''쑥''..도심은 호텔, 관공서 건물 인기

최근 스몰웨딩을 선호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많아지면서 200명 이상 하객을 기본으로 받았던 호텔 예식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밀레니엄힐튼은 10명의 하객으로도 야외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스몰웨딩 패키지를 선보였다.(사진=JW메리어트, 밀레니엄힐튼)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올해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강신희(33) 씨는 제주도 펜션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지난달 예약을 끝마쳤다. 하객은 양가 20명씩 총 40명을 초대할 계획이다. 축의금을 받지 않는 대신 교통편은 하객이 직접 마련하기로 했다. 비용은 웨딩드레스 대여비, 인테리어 비용, 식사 후 술자리까지 다 합쳐 25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펜션 결혼식을 반대하던 예비 시어머니가 올해 들어 허락해주셨다”며 “돈 내고 얼굴 도장 찍고 밥만 먹고 가는 그런 뻔한 결혼식이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축복받고 싶어 이런 자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다익선’을 최고로 생각하던 결혼식 풍경이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스몰웨딩’이 있다. 스몰웨딩이란 허례허식을 뺀 소박한 결혼식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하객이 양가 합쳐 100명 안팎인 경우 소규모 웨딩으로 여긴다.

지난 2013년 가수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제주도에서 하우스 웨딩을 했을 때만해도 스몰웨딩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가수 조정치-정인, 방송인 김나영, 배우 김무열-윤승아, 톱스타 원빈-이나영 커플 등이 연이어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리며 달라진 세태를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재혼을 하거나 결혼 20, 30주년을 맞아 ‘리멤버 웨딩’을 올리는 커플 등이 스몰웨딩을 했지만 이젠 초혼에도 소규모 예식을 선택하는 젊은 예비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가 스몰웨딩의 ‘성지’로 떠오르자 제주해비치호텔에선 소규모 결혼식과 숙박, 사진촬영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스몰웨딩 패키지를 선보였다. (사진=제주해비치호텔)
◇유학파 늘고, 서양식 사고방식..“부모 아닌 결혼 당사자 집중”

스몰웨딩의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라움웨딩을 운영하는 ‘라움’에 따르면 1년 중 결혼이 가장 몰리는 지난 5월 스몰웨딩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JW메리어트호텔과 롯데호텔서울은 지난해 소규모웨딩이 전년도에 비해 각각 30%,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평생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인만큼 화려하게 치르자’라는 인식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거나 연수를 다녀온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가의 행사로 여겨졌던 전통적인 결혼식 개념에서 부부가 되는 두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외국식 사고 방식이 자리잡은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또 불황이 장기화되는 데다가 장년층 사이에서도 허례허식이 많은 결혼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의 하객수나 화환의 수가 집안의 격을 나타내주는 수치라고 여겼다”라며 “그러나 언론에서도 결혼식 허례허식을 빼야한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정부 청사에서도 소규모 웨딩을 장려하는 식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장년층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 제주도 ‘핫 플레이스’..저렴한 시청 대여 공간도 ‘인기’

스몰웨딩 장소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제주도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서울시에선 거품이 많이 낀 결혼식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 아래 시민청, 서울연구원 등을 저렴하게 대여해주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에서 11월까지 무료 대여하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전경.
뿐만 아니라 사진 찍기 좋은 예쁜 펜션 등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스몰웨딩을 준비하는 이들의 성지로 떠오르자 제주해비치호텔에선 이달 초부터 관련 상품을 기획해 내놓기도 했다. 윤지숙 제주해비치호텔 홍보팀 대리는 “특별한 홍보 없이 브로셔만 제작해 호텔에 비치했는데 벌써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대규모 결혼이면 호텔을 생각하지 않으셨던 고객들도 인원이 적으니까 부담없이 호텔 예식을 계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해비치호텔은 바다가 보이는 호텔 정원에서 가족모임 같은 분위기로 식을 진행하고, 다음날 제주도에서 사진촬영까지 곁들이는 패키지를 내놨다. 이외에도 방송인 김나영이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제주 조천읍 ‘눈먼고래’ 펜션 같이 야외 공간이 있는 독채 펜션이 소규모웨딩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에서 올리는 스몰웨딩은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이나 아예 서울연구원 같이 정부청사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이 인기다. 롯데호텔서울은 올해부터 10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도 예식을 올릴 수 있는 실속형 웨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은 50명 이상이면 가능한 웨딩 상품을 출시했다. 밀레니엄힐튼의 경우는 하객이 10명 이상만 되면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최소 200명 이상이 되어야 결혼식이 가능했던 기존 호텔 결혼식과는 다른 흐름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호텔 웨딩인만큼 하객 1인당 식사 비용으로 최소 10만원은 잡아야 한다.

가격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예비 부부들에겐 서울시에서 대여해주는 시민청이나 서울연구원 등이 인기가 많다. 하객이 100명 미만이고 신청자나 예비 배우자, 양가 부모 중 한 분이 서울에 거주하면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공간 대여료가 3만원에서 6만원대이기 때문에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예 대관료가 없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을 결혼식 장소로 무료 제공한다. 이외에도 대관료가 없는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 양재시민의 숲, 북한산 야외 조각 공원 등도 소규모 웨딩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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