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펜션 결혼식을 반대하던 예비 시어머니가 올해 들어 허락해주셨다”며 “돈 내고 얼굴 도장 찍고 밥만 먹고 가는 그런 뻔한 결혼식이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축복받고 싶어 이런 자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다익선’을 최고로 생각하던 결혼식 풍경이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스몰웨딩’이 있다. 스몰웨딩이란 허례허식을 뺀 소박한 결혼식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하객이 양가 합쳐 100명 안팎인 경우 소규모 웨딩으로 여긴다.
지난 2013년 가수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제주도에서 하우스 웨딩을 했을 때만해도 스몰웨딩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가수 조정치-정인, 방송인 김나영, 배우 김무열-윤승아, 톱스타 원빈-이나영 커플 등이 연이어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리며 달라진 세태를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재혼을 하거나 결혼 20, 30주년을 맞아 ‘리멤버 웨딩’을 올리는 커플 등이 스몰웨딩을 했지만 이젠 초혼에도 소규모 예식을 선택하는 젊은 예비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스몰웨딩의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라움웨딩을 운영하는 ‘라움’에 따르면 1년 중 결혼이 가장 몰리는 지난 5월 스몰웨딩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JW메리어트호텔과 롯데호텔서울은 지난해 소규모웨딩이 전년도에 비해 각각 30%,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평생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인만큼 화려하게 치르자’라는 인식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거나 연수를 다녀온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가의 행사로 여겨졌던 전통적인 결혼식 개념에서 부부가 되는 두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외국식 사고 방식이 자리잡은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또 불황이 장기화되는 데다가 장년층 사이에서도 허례허식이 많은 결혼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의 하객수나 화환의 수가 집안의 격을 나타내주는 수치라고 여겼다”라며 “그러나 언론에서도 결혼식 허례허식을 빼야한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정부 청사에서도 소규모 웨딩을 장려하는 식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장년층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 제주도 ‘핫 플레이스’..저렴한 시청 대여 공간도 ‘인기’
스몰웨딩 장소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제주도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
서울에서 올리는 스몰웨딩은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이나 아예 서울연구원 같이 정부청사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이 인기다. 롯데호텔서울은 올해부터 10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도 예식을 올릴 수 있는 실속형 웨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은 50명 이상이면 가능한 웨딩 상품을 출시했다. 밀레니엄힐튼의 경우는 하객이 10명 이상만 되면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최소 200명 이상이 되어야 결혼식이 가능했던 기존 호텔 결혼식과는 다른 흐름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호텔 웨딩인만큼 하객 1인당 식사 비용으로 최소 10만원은 잡아야 한다.
가격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예비 부부들에겐 서울시에서 대여해주는 시민청이나 서울연구원 등이 인기가 많다. 하객이 100명 미만이고 신청자나 예비 배우자, 양가 부모 중 한 분이 서울에 거주하면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공간 대여료가 3만원에서 6만원대이기 때문에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예 대관료가 없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을 결혼식 장소로 무료 제공한다. 이외에도 대관료가 없는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 양재시민의 숲, 북한산 야외 조각 공원 등도 소규모 웨딩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