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뉴욕 증시가 14일(현지시간) 가파르게 하락 마감했다. 12월 소매판매가 예상 외로 큰 폭 감소한데다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대비 1.06% 하락한 1만7427.09를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전일대비 0.58% 하락한 2011.27, 나스닥 종합지수는 0.48% 내린 4639.32를 나타냈다.
증시는 이날 오후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지북 내용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유가가 큰 폭 반등하면서 낙폭을 축소했다. 블랙베리는 삼성전자(005930)의 인수 시도가 전해지며 11년 만에 가장 큰 폭 급등했다.
◇국제유가 2년만에 최대폭 반등..5.6%↑
국제유가는 이날 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5.6%(2.59달러) 반등한 배럴당 48.4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하루 오름폭으로는 2012년 6월 이후 가장 크다.
런던 ICE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도 2.1% 오른 배럴당 46.38달러를 나타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54만배럴 증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1만7000만배럴 증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의 석유 재고는 177만6000배럴 증가했다. 미국 내 원유생산이 급증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가가 치솟은 것은 선물 만기를 앞두고 숏커버링(손절매수)이 활발하게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美 12월 소매판매 전월比 0.9% 감소..예상 하회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9% 감소(계절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 0.2% 감소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주유소 매출이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6.5%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14.2% 줄었다. 지난달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론당 60센트 이상 하락했다.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3% 감소했다.
이밖에 주택 관련 용품 매출이 1.9% 감소했으며 가전제품도 1.6% 줄었다. 자동차 판매는 0.7%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는 4% 증가하며 지난 2013년의 4.1%보다는 소폭 둔화됐다. 이는 경기후퇴(recession)가 끝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휘발유값 하락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4.8% 증가했다.
◇美 12월 수입물가 전월比 2.5% 하락..6년래 최대↓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수입물가가 전월대비 2.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 전문가 예상치 2.7% 하락보다는 나은 수치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7.3% 하락했다.
국제유가 급락 여파가 컸다. 12월 한달간 연료 수입물가는 15.1% 하락했으며 이를 제외한 수입 물가는 지난달 0.1% 하락에 그쳤다. 미국산 제품의 수출 물가는 1.2% 내렸다.
한편 지난해 전체 수입물가는 5.5% 하락하며 2008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美, 대체로 완만한 성장..일부 유가하락에 몸살”-베이지북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베이지북에 따르면 연준은 12개 조사대상 지역 대부분이 ‘점진적이고 완만한(modest to moderate)’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경제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산업 분야에서 고용이 완만하게 증가했다고 봤으나 임금 혹은 물가가 상승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봤다. 베이지북은 “특정 기술자들에 한해서만 상당한 임금 압력이 있었다”면서 “물가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베이지북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주요 에너지 생산지역의 경기 둔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석유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수요가 다소 감소했다는 것이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관할지역은 천연가스 굴착 활동이 증가했으나, 석유 굴착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텍사스의 경우 유전 서비스 수요가 감소했으며 올 하반기 전망도 매우 불확실하고, 이전에 보고된 것보다 상당히 약해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베이지북은 유가 하락이 일반적으로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을 늘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연말 소비지출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주 약세..블랙베리 장중 29% 급등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대비 6bp 하락한 1.8427%를 기록했다. 소매판매 부진에 주요 통화 대비 달러지수는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금융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씨티그룹이 1.9% 하락했으며 골드만삭스가 2.5% 내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는 각각 2.5%와 1.2% 밀렸다.
한편 이날 오후 블랙베리는 삼성전자가 최고 75억달러(한화 약 8조1112억원)에 인수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29% 급등했다. 양측 경영진은 지난주 이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