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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보신족...백사실계곡서 도롱뇽 사냥

유선준 기자I 2013.11.02 09:00:00

종로구 비용절감 위해 관리요원 10명서 1명으로 축소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에 설치된 ‘도롱뇽 서식처’ 안내판.
[이데일리 유선준 기자]서울 도심내 청정지역으로 유명세를 탄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시 보호종인 도롱뇽이 다수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도롱뇽을 보신용으로 불법 포획하기 위해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서울시와 환경단체들이 어렵게 회복시킨 백사실계곡 생태계가 정신나간 보신족들로 인해 상처를 입고 있다.

시와 종로구는 2009년 백사실계곡을 ‘생태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보호종 포획 금지’ 안내판을 설치하고 관리요원을 배치하는 등 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최근 백사실계곡에는 도롱뇽을 비롯해 무당개구리, 버들치, 꺽지 등 보호종인 야생동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유명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백사실계곡을 도심내 청정지역으로 소개한 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호기심에 보호종을 불법 포획하는 등산객들이 덩달아 늘어난 것. 특히 최근 종로구가 예산을 이유로 10명이던 관리요원을 1명으로 줄이면서 관리가 소홀해진 틈을 타, 보신용으로 도롱뇽을 포획하려는 사람들까지 나타나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적이 드문 야간에 단체로 도롱뇽을 잡다 적발되기도 했다.

등산객인 김형자(여·55)씨는 “야간에 도롱뇽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 등산객들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리요원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관리요원을 늘려 감시를 강화하고, 방문자의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등 보호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재은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최근 백사실계곡이 방송을 타면서 인지도가 높아지자 보호종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태 경관보전지역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등산객들이 체험용이나 보신용으로 보호종을 잡지 못하도록 시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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