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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이 꼽은 핵심 리스크는 △우크라이나·중동 등 지정학적 긴장 장기화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유럽 자본시장 미비에 따른 성장 제약 △인구구조 변화와 이민 문제 △각국의 재무장(리밀리터리제이션) 본격화 △전력 비용의 상방 위험 △미국 의료비의 두 자릿수 상승 가능성 등이다. 그는 “자산 가격은 높고 크레딧 스프레드는 낮다. 떨어질 구간이 길다”며 “시장이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 믿는 분위기지만, 나는 그렇게 확신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낮다는 것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금리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으로 다이먼은 이를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즉 최근 금융시장이 ‘리스크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금리나 신용 환경이 약간만 흔들려도 시장이 급격히 재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이먼은 정책 해법으로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친기업·투자·R&D·합리적 규제와 인허가 개혁은 말 그대로 공짜 성장”이라며 “이민, 교육, 허가, 세제를 현실에 맞게 손보지 않으면 생산성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는 “진짜 자본시장연합이 필요하다”며 “공통 감독·예금보험 등 인프라를 갖춰야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디커플링’이 아닌 ‘안보 중심의 대조정’을 강조했다. 희토류, 의약품 원재료 등 전략 품목의 과의존을 줄이고 공정무역을 회복하되, 관여(engagement)는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국과의 단절이 아니라, 안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균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단기 등락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라며 “미국은 이웃 외교를 상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 전략과 관련해 JP모건은 향후 10년간 안보·회복탄력 부문에 1조5000억달러 파이낸싱을 공급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자기자본 투자로 우주·드론·자율시스템·초고성능 반도체·조선소 등 민군 겸용 생태계를 지원한다. 다이먼은 “대기업뿐 아니라 성장 단계에 오른 비상장 기업을 직접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이먼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JP모건은 이미 토큰화된 예금과 24시간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실체가 있는 기술이지만,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자산 구성·자금세탁방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밖으로 자금이 새어나갈 수 있다”며 “제대로 설계한다면 국경 간 결제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도 응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스템을 거부할 게 아니라, 고객 보호와 투명성 원칙 아래 제도권 안에서 혁신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다이먼의 철학이다.
기술 투자와 관련해 JP모건은 연 180억달러 규모의 IT·AI 예산을 운용한다. 다이먼은 “기술은 이제 회의 테이블의 한자리가 아니라 테이블 자체”라며 “필수 인프라는 순현재가치(NPV) 따지지 말고 바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는 리스크 관리, 사기 방지, 고객 응대, 마케팅 자동화 등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미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이먼은 “미래가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만, 성공은 우리의 권리가 아니다”라며 “정치·경제·무역의 갈림길에서 제대로 된 선택과 실행이 없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