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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악성 임대인에도 세제혜택...이러고 전세사기 막겠나

논설 위원I 2024.07.19 06:00:00
악성 임대인의 절반 이상이 주택 임대업을 계속하며 세제 혜택까지 누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전세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아 이름과 주소 등 신상정보가 공시된 127명 중 67명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취득·재산·양도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을 고스란히 다 받고 있다.

자격 유지에다 세제 혜택까지 누리는 악성 임대인은 현재 적게 잡아도 수백 명은 될 것이다. 지난달 23일 이후 추가 명단 공개를 더하면 현재 공식적인 악성 임대인은 208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악성 임대인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 청구한 구상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임대인만 명단 공개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개 기준에 미달하는 악성 임대인도 수두룩하다. 최근 대표적인 사회악으로 떠오른 전세사기의 주범인 이들에게까지 국민이 낸 혈세를 퍼주고 있다니 개탄스럽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법령 미비 탓이다. 현행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악성 임대사업자의 등록을 말소할 수 있지만 요건이 너무 제한적이다. 등록 말소는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의 피해가 명백히 발생한 경우에 한정된다. 여기까지는 납득이 되지만, 시행의 세부 절차에 하자가 있다. 임차인의 피해 여부 판단은 시행령에 따르는데 그 내용이 엉성하다.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만 피해를 인정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의 자격 관리 책임이 있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었다. 최소한 명단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당장 자격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악성 임대인 제재와 관련해 허술한 법망을 메우기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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