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선서 여당 참패…야당, 5대도시 석권할 듯

박종화 기자I 2024.04.01 07:54:20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서 야당 선두
'2002년 에르도안 집권 이래 최대 패배'
70% 살인 물가에 민심 등 돌려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튀르키에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이 패배할 것으로 보인다. 승부처로 꼽히는 이스탄불과 앙카라 모두 야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야당 지지자들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사 등에 따르면 개표율 51% 현재 튀르키예 5대 도시(이스탄불·앙카라·이즈미르·부르사·안탈리아)에서 모두 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이스탄불에선 개표가 72% 진행된 가운데 야당인 공화인민당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현 시장이 50.37%를 득표해 정의개발당 후보를 10%포인트(p) 가까운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2019년 지방선거에서 총리 출신인 비날리 이을드름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정의개발당의 부정투표 의혹으로 치러진 재선거에서도 다시 당선되면서 이마모을루 시장은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시장을 지낸 정치적 고향, 이스탄불을 탈환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도 개표율 48% 현재 공화인민당 만수르 야바스 현 시장이 58.79%를 득표해 33.27%를 얻은 정의개발당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보수 성향이 짙어 정의개발당의 지지 기반이던 남부·서부 지역 도시를 야당에 내준 것도 정의개발당에 뼈 아픈 부분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해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한 후 권력 공고화를 노리던 에르도안 대통령에겐 적잖은 타격이다. 그는 재집권 이후 튀르키예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술탄’(오토만제국 황제)으로 불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가 자신이 치르는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표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메르트 아르슬라날프 보아지치대학교 교수는 이번 선거를 2002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최대 패배라며 “이마모을루는 전국적으로도 에르도안 정권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가 됐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튀르키예 싱크탱크 터키경제정책연구재단의 셀림 코루는 “이번 선거는 이스탄불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에르도안에 대한 반대투표가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평가했다.

1년 만에 튀르키예 민심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배경으론 살인적인 물가 등 경제 실정이 꼽힌다. 리라화 가치 폭락 등으로 튀르키예의 물가는 1년 새 70% 가까이 올랐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뒤늦게 긴축정책을 펴고 있지만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애시 아이든타슈바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선거는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에 광범위한 불만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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