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북부에 위치한 과테말라는 적도와 가까운 위도에도 불구, 선선한 산악기후로 인해 연중 섭씨 20도 전후의 쾌적한 날씨를 보여 ‘영원한 봄(常春)의 나라’로 불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전 시절인 1960년부터 1996년까지 계속된 긴 내전으로 20만명 이상이 희생되는 등 깊은 상처를 안고 있기도 하다. 36년간의 내전은 치안 악화, 만성적 부패, 극심한 빈부격차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과테말라에 고착시켰으며, 고질적인 사회 문제는 지금까지도 근본적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과테말라의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선 초 무명 후보에 불과했던 아레발로 대통령의 깜짝 당선은 이러한 부패한 정치체제와 사회구조에 염증을 느낀 과테말라 국민의 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임 아레발로 대통령은 1940년대 첫 민선 대통령으로서 다양한 사회개혁을 추진해 후임 아르벤즈 대통령 시기까지 과테말라 ‘10년의 봄’을 이끌었던 후안 호세 아레발로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과테말라에 70여년 만에 다시 돌아온 ‘봄’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과테말라의 이러한 개혁 움직임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과테말라가 그간 중미 국가 가운데서는 예외적으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분야의 경우, 1980년대 이래 미국 시장을 겨냥한 섬유기업들이 과테말라에 지속 진출해 현재 약 150여개 이상의 우리 기업들이 약 15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의 약 12%를 차지하는 등 과테말라 경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섬유기업들의 진출은 한때 아시아 국가들에 밀려 위축되기도 했지만 최근 니어쇼어링 추세에 따라 다시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중미 최대 규모인 6000여명의 동포사회가 형성되어 양국 관계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 공항에 영어, 스페인어 외에는 유일하게 병기된 외국어인 한국어 안내판은 한·과테말라 간 특수한 협력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중미 최대경제국임에 불구, 과테말라는 2021년 체결된 한·중미 FTA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양측의 노력 끝에 지난 1월 8일 과테말라의 한·중미 FTA 가입서명이 이뤄져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는 한 단계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과테말라의 새로운 봄을 맞아 국제사회는 이를 환영하면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 역시 그간 보건, 교육, 농민 소득개발, 치안 능력 배양 등을 위해 총 약 1억 불의 원조를 시행해 오는 등 과테말라 사회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70여년 만에 과테말라에 다시 찾아온 봄이 꽃피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발맞춰 보다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