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전진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동국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공매도 전면 개시에 빨리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홍콩 ELS 손실 사태와 관련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금융당국이 검사 중인 홍콩H지수 ELS에 대한 책임 문제, 배상 여부에 대해 “은행 등 ELS 판매사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수 있다”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상품에 투자한 뒤 손해를 입었는데, ‘은행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손실을 봤다’고만 주장하는 건 투자에 대한 자기책임 원칙상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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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관련 ELS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ELS 만기상환 금액이 이달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갈수록 만기 도래 규모가 늘어나며 손실 규모가 수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의 주요 판매사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에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둘러 2월 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총선 전 검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홍콩 ELS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선제적 피해보상을 했던 과거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때와 다르게 책임 소재를 놓고 지리한 공방이 오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 교수는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권이 상당히 긴장하게 됐다”며 “검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견될 수 있지만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등에서 금융업계 전반적인 큰 문제를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전 교수는 “판매사 측에선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며 검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일괄적인 배상이나 선제적 보상 없이 개별 건별로 논의가 진행되고, 조정 결과를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은퇴 후 노후자금을 잃는 등 딱한 사정에 처한 가입자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총선 전에 빨리 털고 간다며 서두르기보다는 당국 차원에서 면밀한 사후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사회적 합의 필요”
아울러 전 교수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해서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달 10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공식화했지만, 금융위·금감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에 대해 현행법 위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상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잘못했다”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일었다.
관련해 전 교수는 “이번 결정은 금융위가 판단을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가상자산에 대한 일치된 의견이 있는 게 아닌데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것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불허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초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코인 ETF를 허용했을 경우 자금 이탈로 인한 증시에 미칠 충격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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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전 교수는 “미국은 자사주 매입 공시가 나오면 주가가 폭등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제는 안 당한다’며 주가가 꿈쩍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각 의무화를 도입해 주주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친화적 결정을 하려면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이용우·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에 공감했다. 해당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이 의원안)’ 또는 ‘회사와 총주주(박 의원안)’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교수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대책 관련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으로 분리돼 있어 권한을 놓고 마찰이 많은 느낌”이라며 “이러다 보니 적발·조사·수사·처벌·선고까지 시간이 꽤 걸리고 혐의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조직을 통합하고 불공정거래 조사 체계를 효율화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권 파킹’ 등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 문제에 대해선 “폐쇄적 관행이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이라며 “관행과 불법 간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처벌하기보다는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