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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나씩 뜯어보자.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야구 유니폼을 입고 우산을 든 남자가 먼저다. 공원에 세워둔 동상처럼 대리석 기둥 위에 우뚝 섰다. 그가 미동도 하지 않으리란 건 누구라도 알 만한데, 주위엔 사람들이 몰려 있다. 퍼포먼스를 지켜보듯 진지하게, 휴대폰 카메라까지 들이대고선. 그런데 저 ‘관중’이 앉고선 곳이 어딘가. 잔디밭이 아니다.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 안이다. 가동을 멈춘 분수대쯤 될 공간 안에 푹푹 잠겨 있는 거다.
색·구도·배경, 어느 하나 흐트러짐 없는 정밀한 묘사에 얹은 파격적인 설정은 작가 윤상윤(42)의 붓과 머리가 만들었다. 인간 심리상태를 파악해 무의식·자아·초자아로 엉켜놓은 ‘초현실적인 풍경화’란다. 그럼에도 작가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외면하지 말고 뚫어지게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자는 거란다. 잡다한 주위 시선, 딱딱한 사회체계를 벗겨내고 말이다. ·
작가의 특별한 장기가 하나 더 있다. 양손에 붓을 쥔다는 건데, 왼손 그림과 오른손 그림을 전혀 다른 화풍으로 구현하는 ‘능력’이다. 동명이인의 ‘윤상윤’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그렇다면 ‘다른 너는 없을 거다’(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2020)는? 맞다. 치밀하고 분석적인 오른손이 왼손 모르게 그린 작품이다.
12월 12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서 여는 개인전 ‘온리 슈퍼스티션’(Only Superstition)에서 볼 수 있다. 전시명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노래제목에서 따왔단다. 상상·미신에 휘둘리지 말고 나를 향하는 하나의 길을 찾아가자는 내용이라 했다. 캔버스에 오일. 145×112㎝. 작가 소장. 아뜰리에아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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