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행, 건설은행, 초상은행 등 중국 정부 소유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11명의 관료와 새로 거래를 맺지 않기로 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이달 초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포함해 크리스 탕 현직 경무처장과 스티븐 로 전 경무처장, 테레사 청 법무장관 등 홍콩 내 친중파 관리들과 중국 본토 관리 11명을 제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홍콩자치법(HKAA)’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홍콩자치법은 홍콩 국가보안법에 관여한 중국이나 홍콩 관료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에 벌금을 물게 하거나 사업을 허락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또 홍콩 자치권 침해를 돕는 단체 및 그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담겨 있다.
물론 홍콩 금융관리국은 미국의 제재가 홍콩 내에선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을 향해 홍콩에 대한 내정 간섭을 삼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와 별개로 글로벌 사회에서 거래를 해야 하는 중국은행들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모르쇠로 일관할 순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으로선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6.8%를 기록했고 2분기 겨우 플러스 3.2%를 기록했다. ‘버티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중국정부가 디지털화폐 등을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4대 은행의 달러 표시 자산은 1조1000억달러(130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경우, 달러 관련 거래의 길은 막혀버린다.
중국 경제학자도 국영은행들의 선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민은행에서 통화정책을 담당했던 위용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명예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중국은행들이 앞으로 결제 시스템 차단은 물론 해외 자산 압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다”면서 “거래를 단순 제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자산까지 압류할 수 있다. 중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12년 테러방지법을 위반하고 이란 6개 은행과 거래한 중국 쿤룬은행를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제외해 버린 바 있다. 그런데 더 과감하고 더 중국에 적대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2012년보다 더한 재제도 나올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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