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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과잉 유동성이 자산시장 버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인사들도 최악의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만큼 현재로서 유동성을 다시 축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비교적 빨리 파급되는 반면 실물경제 파급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며 “실물경제로의 파급이 장기간 제약되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계속 올라가 부채 과잉 문제가 심화하는데다, 경제 기초여건 대비 자산가격의 고평가 내지 버블 형성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넘치는 유동성이 키운 자산시장 버블이 자칫 일시에 커질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져 경기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한은이 공급한 유동성이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다른 금통위원은 “광의의 통화량(M2) 증가량이 10%에 육박하는 가운데, 경제 주체별로는 기업의 M2 보유 증가율이 가계를 크게 웃돈다”며 “지나치게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의 M2증가율은 16%에 육박한 반면, 가계는 8%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의 자금수요가 큰 만큼 통화량과 부동산 자산가격 상승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과 비교하면 양적완화(QE)보다 금리인하 등 전통적 통화정책에 보다 의존하고 있다.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공급 등을 통해 선례없는 파격적인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하긴했지만, 단기자금시장에 국한한 정책으로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들에게는 완화된 통화정책의 온기가 돌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양적완화에 머뭇거리면서 장기국채금리가 기준금리 인하폭에 비해 높게 유지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환경을 완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정의 한은 포항본부장은 최근 한은 내부 게시판에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와 중앙은행 역할: 한국은행은 어디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 본부장은 이글에서 “M2 등 유동성 지표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이른바 ‘동학개미’나 ‘영끌대출’ 등에 기인한 결과일 뿐 유동성이 늘어나 자산시장 거품이 발생했다는 시각은 오류”라며 “금리 중심 통화정책체계에 있어 유동성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증가량 또한 양적완화로 통화량이 늘어난 주요국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최근 주택시장의 난맥상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 수준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창의적인 통화정책 운영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