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1대 국회가 오늘 개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1987년의 민주화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이라는 오점을 남기고 출발하는 것이다.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연설문을 아홉 번이나 고쳐 쓰면서 개원을 기다렸다는 얘기에서도 늑장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설문을 거듭 고쳐야 할 만큼 국정 현안이 계속 발생했는데도 여야가 장외다툼으로 허송세월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부린 데서 마찰이 비롯됐다. 관례적으로 야당이 맡아 왔던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차지하겠다는 데야 야당도 고분고분 나올 리 만무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직 사퇴와 함께 협상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게 저간의 현실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이미 5월 말에 시작됐는데도 개원이 50일 가까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앞으로의 여야 협상도 순탄하리라고 내다보기는 어렵다. 통합당은 이미 박병석 국회의장 선출 표결과 3차 추경안 심의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앙금을 드러냈다. “상임위원장 자리 다 가져가라”는 포기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과거와 달리 장외투쟁이나 단식, 삭발투쟁 등의 몽니를 부릴 여건이 아니라는 나름대로의 계산도 작용했을 법하다.
그렇다고 국회 본연의 임무까지 미뤄서는 곤란하다. 지각 출발하는 만큼 처리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장관 등의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진 민생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취득·보유·양도세에 종부세까지 두루 얽혀 있는 부동산 법안들은 국민들의 이해와 논란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국회는 여야가 정책으로 경쟁하는 마당이다. 정책은 제쳐놓고 정쟁과 당리당략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총선 승리에 취한 나머지 “야당 없는 국회도 상관없다”는 오만한 자세나 수자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야당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이 더이상 정치 현실에 실망하지 않도록 여야가 함께 분발해 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