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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악재 만난 한전 요금제 개편…원가연동제 도입하나

김형욱 기자I 2020.03.31 05:00:00

상반기 중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제출 예정인데…
문 대통령 전기료 유예·면제 언급하며 부담 가중
유가 급락은 호재…"원가연동제 도입 적기" 제언도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015760)이 공들여 추진해 온 전기요금 체계 개편 작업이 코로나19라는 예상 밖 대형 악재를 만났다.

전력회사들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요금체계로의 개편이 필수다.

그러나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전이 제한적이지만 요금인상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피해 확산에 전기요금 체계개편 ‘급제동’

한전은 작년 6월 여름철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가결하면서 배임 논란이 일자 전기료 인상안이 담긴 개편안을 지난해 11월 말까지 마련하고 올 상반기에 정부 인가를 얻겠다고 공시했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은 산업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시 한전 이사회 표결을 통과하면 확정된다.

올해 초만 해도 일부 인상요인을 반영한 개편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전이 2년 연속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행 전기요금체계로는 한전이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1조3566억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전력업계는 4·15 총선 이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3개월(4~6월) 동안 저소득층·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료 납부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기존 복지할인 대상 가구와 5~10인 미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유예이지만 유예액 1조2576억원, 금융비용만 47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상요인을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전력 연도별 영업이익률 추이. 한전 제공
◇“전기요금 인상 내년초에나 가능…유가급락에 3조 흑자 기대”

발빠른 증권가에서는 이미 올해 전기요금 개편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 전망을 내년 초로 늦췄다”며 한전 주가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경기 악화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경제 주체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 기대감이 한층 낮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또 다른 예상밖 호재가 위안거리다. 올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이던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 ‘유가 전쟁’에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급락해 20달러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전 발전비용은 유가에 연동돼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와 원화 가치 하락 등 악재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하락 폭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증권업계가 각종 악재에도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을 3조원대 흑자 전환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약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한전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바이유 현물가가 1% 내리면 한전 영업이익은 약 740억원 개선된다”며 “올해 추정 유가가 이전보다 15% 더 내려가면서 한전 영업이익도 1조1000억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발전원가와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원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가급락으로 인해 얻게된 이익중 상당부분이 전기요금 인하로 상쇄되겠지만 향후 유가급등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말 유가가 폭락했을 당시 원가연동제를 도입할 좋은 기회였으나 한전은 이를 포기하고 대신 다음해(2015년) 11조34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올해는 유가 폭락으로 다른 국가도 전기요금을 낮추고 있는 만큼 원가연동제를 시행할 적기”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원가 기반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개판안을 마련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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