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1987년 韓 대선때 여당 노태우 패배시 선거 무효 검토"

김인경 기자I 2019.07.21 10:26:04

홍콩 SCMP, CIA에 자료 요청.."패배시 원천 무효도 검토"
"불만 표출시 계엄령이나 긴급조치 발동도 논의"

노태우 전 대통령[AFPB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1987년 한국 대선에서 여당이 부정선거를 모의했고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를 원천 무효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대선을 둘러싼 이 같은 정황이 CIA 정보보고에서 다뤄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혁명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성공했다. 이후 치러진 12월 16일 대선에서는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여권 후보로 나왔고 야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출마했다.

그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각각 28%, 27% 득표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선 직전 여당은 노태우 후보의 패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선거를 조작하고자 하는 상세한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CIA는 파악했다.

대선 전 작성된 CIA 정보 보고서에는 “여당 간부들은 노태우 후보의 전망을 놓고 분열했고 선거를 조작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조작 계획이 시행되고 있다”고 기재됐다.

한 소식통은 “여당 전략가들은 초기 개표 결과 노태우 후보가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경우, 조작의 증거를 날조해 전두환 대통령이 선거 무효를 선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 보좌관을 통해 이 같은 사실 확인을 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

CIA 정보 보고는 당시 정부가 선거 후 불만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방안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 정보 보고에는 “김대중 후보가 선거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국민들을 선동할 경우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도 준비됐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시민의 불만이 표출될 경우 계엄령이나 긴급조치 발동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87년 대선 후 일부에서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당시 야권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며 이러한 주장은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CIA도 이러한 시각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CIA는 선거 후 정보 보고에서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대한 절제된 여론 반응은 한국인들이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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