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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걱정없이 일하세요"…`적극행정` 돕는 서울시 사전컨설팅

김보경 기자I 2019.06.28 07:11:16

규정·지침 적용 판단 안서거나 논란소지 있다면
서울시·자치구·투자출연기관 누구든 의뢰 가능
사전컨설팅 의견대로 처리하면 `적극행정 면책`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무원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올해 3월부터 사전컨설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행정환경에서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감사에 대한 부담 탓에 괜한 일을 만들기 보다는 `하던대로 하자`는 식의 업무 처리를 하기 마련이다. 이런 일처리는 시민들의 시정 신뢰도와 공무원에 대한 인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공무원이 일하는 사회 조성을 위해 감사원이 올해 1월부터 사전컨설팅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시도 시 자체적으로 이같은 제도를 마련, 적극행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전컨설팅 의견으로 처리하면 적극행정 면책

사전컨설팅은 업무 추진 과정에서 규정·지침의 해석 곤란 등으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감사위원회에 사전에 의견을 구하고 업무를 처리하면 적극행정 면책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는 제도다. 서울시 감사 담당 부서인 감사위원회가 사후 감사가 아닌 사전에 검토하고 의견을 주면서 해당 부서가 적극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사전컨설팅 대상은 △사안이 중대하거나 다수 기관 관련 등으로 자체판단이 어려운 사안 △관계법령 등의 불명확한 해석으로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업무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법률로 인해 논란의 소지가 예상되는 업무 △정책결정 사항이나 사업변경 등으로 인해 예산낭비 등이 우려되는 업무다. 시·자치구·투자출연기관 등 각 기관 부서장이 신정하면 감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30일 이내 회신한다. 감사위원회에서도 자체 판단이 어려운 경우 감사원에 재의뢰하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제도 도입 이후 9건을 신청받아 2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3건은 반려했고 4건은 현재 검토중이다.

◇시립교향악단 시간외수당 논란 마무리

실제 감사위원회는 첫번째 사전컨설팅 의견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 관련 논란을 해결했다. 서울시향은 지난 2016년 5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에 대해 시정 지시를 받고 3회에 거쳐 미지급분을 단원들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노조 단원이지급대상에서 빠지자 이들은 미지급수당을 달라고 다시 요구했다. 그런데 미지급 기간이 채권 소멸시효 기간인 3년 이전이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향은 채권 소멸시효가 경과된 것에 대해 지급할 경우 배임에 해당될 수 있어 지급을 보류했고 수당을 받지 못한 단원 일부는 서울시향을 임금체불로 고소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결국 서울시향은 서울시투자출연기관노사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과를 받았다.

서울시향과 문화정책과는 이 조정결과를 바탕으로 감사위원회에 사전컨설팅을 의뢰했고 감사위원회는 조정결과와 같이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도록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위원회는 공공 이익을 위해 서울시향과 문화정책과에서 법률자문 등 검토절차를 여러 차례 거쳤고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정협의회를 통해 조정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그 과정에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특별히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이 건은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전컨설팅 대상에 부합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적극행정을 유도하고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검토했다”며 “이처럼 사전컨설팅은 조정결과를 받았던, 재판이 진행중이던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신청해서 의견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억울하게 5000만원 가산금 낼뻔한 납세자 구제

본인 과실 없이 미납된 과밀부담금에 대해 5000여만의 가산금을 낼 처지에 놓였던 납세자에게 가산금을 면제한 사전컨설팅 사례도 있다.

A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축물 설계를 변경하면서 지난해 6월 10억7659만원의 과밀부담금을 부과받았다. A씨가 받은 납부고지서는 1장인데 과밀부담금이 50대50으로 시비와 국비로 나뉘는 만큼 각각의 계좌번호와 내역이 기재돼 있었다. 납부은행은 당시 시금고인 우리은행이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다른 은행에서 이를 납부했다. 해당은행에서는 국비를 입금하는 한 계좌로 시비까지 전액을 입금했다. A씨는 이 사실을 모른채 납부영수증을 관할구청에 제출해 건물 사용을 승인했다. 일정기일이 지난후 국고에서는 추가로 입금된 돈이 환급됐고 서울시 도시계획과에서 시비가 미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에게는 사용승인 다음날부터 계산된 가산금 5022만원이 부과됐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접수했다. 권익위는 서울시의 가산금 부과가 위법하지는 않지만 A씨가 실제로 전액납부한 점 등을 들어 가산금 감면을 권고했다.

도시계획과는 가산금 감면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과밀부담금이 기한 내 시비 계좌에 입금되지 않아 관련 법령에 근거해 가산금을 부과했는데 권익위 권고에 따라 가산금을 감면하면 향후 가산금 추징과 징계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됐기 때문. 도시계획과는 감사위원회에 사전컨설팅을 신청했고 권익위 권고에 따라 가산금을 감면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행정 면책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감사위원회는 “은행 착오로 시비계좌에 입금되지 않았고 A씨는 본인이 납부한 돈이 국고와 시비 계좌로 분리돼 입금됐는지 여부까지는 알 수 없었으며 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던 것 등을 고려할 때 과밀부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어 가산금을 감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유진 감사위원회 주무관은 “공식 신청 이전에 사전컨설팅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9건 중 2건의 의견제시가 완료된 만큼 시·자치구·투자출연기관 등에서 사전컨설팅 의견으로 해결된 사례를 보고 더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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