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반도체는 대량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인 만큼 반도체 설계 부문(팹리스 기업)과 생산 부문(파운드리 기업), 수요처 간 협업이 필수다. 정부의 앞선 대책들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정부가 수요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분야 팹리스 기업 지원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란 게 정부의 자성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20년째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1%대 점유율에 머무르고 있다. 70% 이상을 점유한 미국과 치고 올라오는 중국 사이에 끼여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수립 과정에서 수요 얼라이언스(동맹) 2.0이란 시스템반도체 공급-수요기업 협의체를 구성해 난국을 타개할 방침이다.
과거 수요 동맹에는 전자분야 일부 대기업만 참여했으나 이번엔 이를 자동차, 바이오 등 5대 전략분야로 확대했다. 팹리스 업체를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수요처와 직접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200여 팹리스 기업이 있으나 상당수가 기업 유지에 필수적인 10억~2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 팹리스로선 막상 좋은 신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사줄 수요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
한 팹리스 관계자는 “정부가 ‘될 만한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을 것 같다”면서 “특혜 논란을 우려해 예산을 나눠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IT산업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정부가 특정분야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해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 “얼라이언스를 통해 수요과 공급을 일치시키고,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팹리스 업체들의 인수합병(M&A) 지원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복된 사업의 경우 합쳐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만 팹리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M&A관련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M&A 시장에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영세 팹리스 업체를 지원하면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M&A나설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업계와 학계, 많은 관계부처와 협의한 끝내 내놓은 대책”이라며 “삼성전자 등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추진하는 만큼 이번에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