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일원화로 수공에 힘 쏠릴라…한수원·환경공단 `물밑 신경전`

박일경 기자I 2019.04.15 06:13:00

10월 ‘수력 댐 관리체계 개선’ 연구결과 나와
11월 수공-한수원 분장안 국가물관리委 상정
행정학회, 지난달 물 기능조정 의견 발표하자
상수도 두고 환경공단 불만고조…노조도 반발

한국수자원공사 대전본사 전경.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사업영역 확장이 기대되자 이를 견제하려는 유관기관과 물밑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력발전 댐 관리 주도권을 놓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논쟁이 불거진 데 이어 상·하수도사업 분담을 두고는 한국환경공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따라서 타당성 검토 근거자료가 되는 사전 연구용역 결과 또는 이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상대방보다 적극 반영하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위원회 상정안 자체를 각 기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14일 서울과학기술대 컨소시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정부는 수자원시설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기존 댐 최적관리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결과는 오는 10월쯤 나올 예정으로 11월 국가물관리위 논의를 통해 법·제도 개편 등 후속조치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연내에 수공과 한수원 간 수력발전 분장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기관 간 갈등을 의식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조율을 완료, 작년 12월부터 단기 조치가 가능한 홍수통제소 기능을 강화하고 수력 댐을 물 관리 중심으로 우선 운용하고 있다. 이번 정부용역으로 수력 댐 관리체제를 쇄신할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자원학회 분석을 보면 수력 댐의 다목적댐 전환 시 용수공급 능력은 연간 5억4000만~8억8000만㎥, 홍수조절 능력은 2억4000만㎥ 각각 증대하고 한강 잠수교 침수일수(10년간 45→35일)는 약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대책에 이어 수력발전소까지 수공으로 넘어갈 경우 공사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는 위기감에 한수원 측 저항이 거세다. 게다가 수공과 한수원이 각각 소속된 환경부·산업부 부처 힘겨루기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위쪽은 팔당댐. (사진·자료=하남시,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 35년 해묵은 논쟁…10개 수력 댐, 수공에 넘어갈까

현재 한수원은 △화천·춘천·의암·청평·팔당(북한강 수계 5곳) △도암·괴산·안흥(남한강 수계 3곳) △보성강 △섬진강(다목적댐이나 한수원이 발전사용권 소유) 등 발전용 댐 10개를 운영하고 있다. 수공은 다목적 댐을 맡고 있는데 동일 수계 내에서 댐 관리가 이원화돼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총 발전량 49만398Gwh 가운데 수력발전용 댐은 780Gwh로 0.15%에 불과, 과거에 비해 수력발전의 중요성은 낮아진 까닭에 가뭄·홍수를 조절하는 다목적 댐으로 사용하자는 논리다.

사실 한수원이 담당하는 수력발전 댐을 수공에 이관하는 방안은 35년 넘게 논란이 일고 있는 사항이나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84년 10월 수도권 대홍수를 겪고 난 뒤 당시 감사원은 팔당댐을 다목적댐으로 바꾸도록 처음 제시했으나 무산됐다.

지난 2016년 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기후변화로 가뭄·홍수 등 재해발생 위험성이 심화함에 따라 수력 댐을 수공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 이듬해인 2017년부터 양자 실무협의가 본격화해 작년까지 2년간 정부주관 중재 등 40차례나 조정을 거듭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또다시 연구용역 발주에 들어간 상황이다.

수공 관계자는 “다수 수력발전 댐이 존재하는 한강의 경우 기후변화 및 북측 댐건설로 인한 유량 감소로 가뭄·홍수·수질 등 다양한 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111년 만의 폭염에도 공급이 지장 없을 만큼 전력 사정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국가 발전량의 단 0.17%를 차지하면서도 발전에 치중하는 수력 댐의 역할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 관련업무 역할분담 현황. (자료=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 상·하수도 분담…수공 “국민이익” vs 환경공단 “존립위기”

여기에 통합 물 관리 차원에서 동일 부처 내 공공기관 사이 업무 중복을 줄이자는 분위기 역시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행정학회는 ‘물관리체계 개편 관련 산하기관 기능재정립 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환경공단의 종전 상수도사업과 하수도사업 일부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편입된 수공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환경공단은 전체 예산의 72%와 인력 40%가 집중된 물 연관업무가 수공으로 대거 이동하면 조직 유지조차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단 노조는 최근 열린 공청회장을 점거·농성하기도 했다.

재정절감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하수도사업 재정분석에 의하면 정부의 재정부담은 1997년 8000억원, 2010년 1조8000억원, 2016년 2조3000억원으로 10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공은 같은 기간 수도·댐 시설에서 약 3조9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아껴 수도요금 인상 압박을 덜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공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효율성을 감안할 때 하수사업에 광역하수 개념을 도입하면 연(年) 1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공에 적용되는 광역수도는 국고 보조비율이 30%에 그친다. 나머지 사업예산 70%를 수공이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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