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문성근=종북’ 명예훼손…벌금형 선고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씨가 자신을 ‘종북’으로 비방한 탈북자 영화감독 정모씨 등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각 100만~500만원 배상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정씨 등은 문씨가 2010년 민주진보정부를 수립을 목표로 결성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의 캐치프레이즈에 ‘민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점을 이유로 온라인에 ‘좌익혁명을 부추기는 골수 종북 좌익분자’, ‘골수 종북좌파 문익환(문씨의 아버지)의 아들’, ‘종북의 노예’ 등의 비방글을 올렸다.
정씨는 이에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정씨 등을 상대로 각각 1000만~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정씨 등의 비방이 문씨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공적인 존재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해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도 그 표현방법에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어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 등이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문씨가 종북이고 종북반란활동을 했다는 의혹 제기나 주관적인 평가가 구체적 정황을 충분히 담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느 정도 공적인 위치에 있는)문씨가 ‘민란’이란 용어를 사용한 점 등은 위자료 액수 선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
이 같은 판단은 앞서 대법원이 이정희 전 의원 부부를 ‘종북’, ‘주사파’라며 비난한 보수논객 변희재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과 대비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이 전 의원 등이 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변씨는 2012년 3월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22건의 글을 올려 이 대표와 남편 신재환 변호사를 ‘종북 주사파’ 또는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이라 지칭하고 이들이 ‘경기동부연합’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주요 연루자 대부분이 속한 것으로 지목된 단체다.
대법원이 유사한 두 사건에서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 것은 고소인을 ‘종북’이라고 비난할 만한 구체적 근거가 있느냐 여부다. 대법원은 문씨에 대해선 북한을 추종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이 전 의원의 경우 일부 행위가 종북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 관련 사건에서 이 전 의원의 언행을 ‘종북’으로 지칭할 만한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변씨의 비판이 어느 정도의 사실적시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냈다.
그러면서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