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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건 옳지 않아!”
이렇게 당돌한 소녀가 또 어디 있을까. 지난 9월 8일 개막한 뮤지컬 ‘마틸다’(내년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의 주인공 마틸다 이야기다. 2시간 40분 넘게 펼쳐지는 당찬 소녀 마틸다의 모험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하늘을 바라보며 짓는 ‘마틸다 포즈’로 막을 내린다.
8개월간의 오디션, 그리고 5개월간의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른 ‘마틸다들’은 마틸다 포즈를 지을 때 어떤 기분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마틸다 역의 아역배우 황예영(11), 안소명(10)의 대답은 “짜릿하고 통쾌하다”였다.
“마틸다 포즈 하기 전에 모든 배우들이 마틸다를 향해 무릎을 꿇어요. 포즈를 하면 관객이 단체로 박수를 치는데 그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는 기분이에요.”(황예영) “통쾌해요. ‘내가 마틸다야’라는 느낌도 들고요.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요. 오렌지를 먹을 때처럼 상큼해요.”(안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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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춤 좋아해 뮤지컬 도전
이번 공연에서 황예영, 안소명은 이지나(10), 설가은(9)과 함께 마틸다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안소명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등에 출연한 경험이 있고 애니메이션 ‘코코’ ‘쿵푸 팬더’ ‘보스 베이비’, 그리고 ‘콩순이’의 콩순이 목소리 등을 연기한 아역 성우이기도 하다. 황예영은 이번 작품이 뮤지컬 데뷔다.
둘 다 노래와 춤은 좋아하지만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은 없었다. 이번 무대에 서게 된 것 또한 경험을 쌓기 위한 도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황예영은 “학교 합창반 선생님의 권유로 오디션에 도전했다”며 “노래하고 춤추는 게 재미있어서 뮤지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소명은 “노래와 춤을 좋아해서 일곱 살 때 엄마가 경험을 시켜보자며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오디션에 나갔는데 ‘덜컥’ 붙었다”고 말했다.
‘마틸다’는 아역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2시간 40분의 공연 시간 대부분을 마틸다가 이끌기 때문이다. 춤과 노래는 기본, 여러 인물 사이에 놓여 있는 마틸다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도 어린 배우들에게는 중요한 숙제였다.
황예영, 안소명이 이번 공연에서 중요하다고 꼽은 것도 ‘감정’이었다. 황예영은 “대사를 까먹은 적도 없고 까먹을 걸 걱정하지도 않는다”며 “연기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실제로 창작진은 아역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부분 신경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쪽지로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안소명은 “마틸다가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할 때 인상을 찌푸리지 말라는 쪽지를 많이 받았다”며 “마틸다는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소녀는 마틸다가 탈출마술사와 공중곡예사 부부의 이야기를 하는 도서관 장면을 ‘마틸다’에서 감정적으로 빠트릴 수 없는 장면으로 꼽았다. 황예영은 “도서관 장면을 재미있게 해야 후반부의 ‘대박 반전’을 잘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소명은 “도서관 장면을 잘 들어야 작품 후반부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졸지 말고 꼭 봐야 하는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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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강한 마틸다 닮은 점 많아”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제작한 ‘마틸다’는 2010년 초연에 올라 이듬해 웨스트엔드 캠브리지 씨어터에서 공연하며 지금까지 현지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마틸다’의 흥행비결은 남녀노소 모두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작품 속 마틸다의 당차고 활기찬 모습에 있다.
황예영, 안소명도 마틸다의 당찬 모습을 매력적이라고 했다. 황예영은 “처음 책으로 만난 마틸다는 뼈 밖에 없는 마르고 작은 아이였다”며 “이렇게 작은 아이가 자신만이 가진 능력을 무서워하지 않고 좋은데 쓴 게 멋있었다”고 말했다. 안소명은 “‘마틸다’를 처음 보면서 ‘당당하다’ ‘강하다’ 같은 단어가 제일 많이 떠올랐다”며 “이렇게 대단한 아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두 소녀도 마틸다와 닮은 점이 많다. 안소명은 “마틸다의 당당함, 그리고 눈빛이 닮았다”며 “마틸다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예영은 “나도 마틸다처럼 옳지 않은 일, 나쁜거나 하면 안 되는 짓을 누가 하려고 하면 참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너무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눈앞에서 해맑게 웃는 모습이 무대 위 당돌한 마틸다를 빼닮았다.
“셜록 홈즈가 롤모델이에요. 경찰은 무작정 범인을 잡아가지만 셜록 홈즈는 범인의 사정을 들어주거든요. 그런 모습이 멋있어요.”(황예영) “차지연 배우님을 좋아해요. ‘위키드’ 노래를 찾다 차지연 배우님의 모습을 우연히 본 뒤 반했어요. 차지연 배우님이 ‘마틸다’를 꼭 보러 오면 좋겠어요.”(안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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