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제약업계에서 지난해 매출을 늘리기 위해 판매 협약을 맺은 품목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두 회사가 손을 잡아 판매망이 넓어지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일부는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오히려 실적이 감소했다. 영업력을 강화했어도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11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암젠코리아의 골다공증치료제 ‘프롤리아’는 올해 상반기 매출 56억 9076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8.15% 증가했다. 프롤리아는 지난해 9월 종합병원은 암젠, 준종합병·의원은 종근당이 판매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프롤리아에 앞서 골관절염치료제 ‘이모튼’, 소염진통제 ‘콕스비토’ 등 판매를 통해 근골격계 품목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약 37억원에 그쳤던 프롤리아는 올해 매출 100억원 이상을 거둬들이면서 ‘블록버스터’ 품목 등극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들도 판매사를 기존 한국MSD에서 유한양행으로 변경한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에톨로체’와 ‘레마로체’는 각각 매출이 전년대비 75% 증가한 6억 9279만원, 2832.2% 증가한 1억 7442만원을 기록했다. 한국머크의 당뇨병치료제 ‘글루코파지’와 ‘글루코파지XR’의 올 상반기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17.37%와 16.62% 증가한 9억 9166만원, 18억 8978만원이었다. 한국머크는 지난해 2월 영진약품과 이들 제품에 대한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반대로 손을 잡았지만 처방액은 감소한 사례도 있었다. 길리어드가 유한양행과 지난해 8월 체결한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의 경우 지난 상반기 256억 1890만원으로 전년대비 45.4% 줄었다. 같은 기간 복합제 ‘하보니’도 20억원 4095만원으로 72.6% 감소했다. 국내 제약사 연매출 1위에 탄탄한 영업력을 보유한 유한양행도 C형간염치료제의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한 것. 소발디는 2016년 출시 첫해 매출 808억 9558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같은해 출시한 복합제 하보니 역시 168억 6972만원 매출을 올리며 단숨에 블록버스터에 등극했다. 그러나 경쟁 제품이 출시되고 C형간염 환자수 자체가 줄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 C형간염은 완치율이 높아 앞으로 환자 수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또 길리어드가 C형간염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소발디·하보니 가격을 각각 48.3%·56.3%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매출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광동제약과 동아에스티가 판매계약을 체결한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21억원으로 전년대비 8.41% 줄며 고전했다. 콘트라브는 출시 당시 미국 매출 1위를 기록한 비만약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먼저 들여와 판매하는 비만치료제 ‘벨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벨빅은 122억 923만원 어치가 처방된데 비해 콘트라브는 44억 8279만원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간 판매 협력은 영업망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출을 키우는데 좋은 전략”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과 제휴사 역량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