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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렬의 All that 부동산 95회] 재개발·재건축 해도 거주할 만한 주택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노희준 기자I 2017.10.28 06:00:00
서울은 늘 재건축, 재개발을 하는데 왜 거주할만한 주택 수는 늘 부족할까요? 5층 짜리 아파트 허물고 35층으로 짓는데 주택 수가 늘 부족하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네요.

많은 분들이 질문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부족함을 수치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통계 자료라는 것이 1+1=2, 2-1=1 이라는 식의 모든 개별 세대 사정을 고려한 숫치의 통계여야 하는데, 신규 분양으로 단순히 몇 세대가 증가했다, 재개발로 주택 수가 몇 세대가 멸실되었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통계여서 그 안의 실질적인 수요·공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통계적인 증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실수요자 입장에서 거주할만한 주택이 충분한지 아닌지로 주택 수급 상황을 이해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건축을 하면 일반적으로 공급 세대수는 약간 늘어난다. 하지만 꼭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세대수로 1 대 1로 공급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증가, 유지, 감소의 3가지 경우가 모두 있다.

일반적으로 세대수가 증가한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큰 세대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2015년 분양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9,510세대의 대형 단지였다. 이중 일반 분양분은 1,558세대였다. 생각보다 많은가? 적은가? 2016년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는 1,320세대의 대단지였다. 이 중 일반 분양분은 63가구였다. 어떤가? 생각보다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헬리오시티의 일반분양분만 놓고 보면 꽤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헬리오시티급의 대형 단지가 이제 거의 없다. 대부분은 1천세대도 안되는 중소형 단지가 대부분이다. 이런 중소형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세대는 몇 세대 되지 않을 것이다.

더 재밋는 사실은 일반분양분이 추가로 증가만 하는 세대수만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존 조합 세대 중 분양이 아닌 청산 세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조합원 세대 중 분양을 포기한 세대도 일반 분양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증가분에서 일부는 감안 해서 증가 세대수를 카운팅해야 한다.

또 다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 분양분이 있는 모든 단지에는 임대 세대가 의무적으로 들어간다. 이것은 주택수가 증가한다고 봐야 할까? 일반 세대가 분양받을 수 있는 여지가 없으므로 거주할 만한 주택 수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또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 있다. 분양하기 전 개포 주공 아파트들은 대체적으로 20평형 미만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신규로 분양한 세대는 대체적으로 30평형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기존의 세대 규모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한 세대의 사용 면적이 증가했다. 과거에는 1천평 부지를 100세대가 나누어 썼다면 이제 30세대만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으로 신규 아파트를 건설해도 세대수가 생각보다 많이 증가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세대수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첼리투스는 단 한 세대도 증가하지 않은 단지의 사례다. 1 대 1 조건으로 재건축을 한 단지다. 조합 세대에서 추가적으인 임대 세대를 만들지 않는 조건으로 추가분담금을 100% 자비로 조달하고 기존 조합원 들만의 단지를 만든 것이다.

세대수가 증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조건이 있다. 과거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를 비교해 보자. 부지의 활용 방법이 다르다. 2005년 이전 아파트와 그 이후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상 주차장 여부다. 조경 시설의 규모를 비교해 보자. 과거의 5층 아파트 건축물 부지에 아무런 변화없이 그냥 35층을 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오피스 건물 같은 그런 신규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을까? 고층으로 갈수록 동 간격도 훨씬 더 벌어지게 해야 하고 그 사이에 도로, 산책로, 조경공간, 수공간 등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공간이 추가적으로 차지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건축으로 증가하는 세대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다.

재개발은 더 간단하다. 그나마 재건축은 주변에 도로, 상가 등 기반시설이라도 있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은 매우 취약한 입지 기반을 가지고 있는 곳다. 재개발은 매우 촘촘한 다세대/빌라, 단독주택 부지에 차가 원활하게 다닐만한 도로도 새로 만들고, 공공시설 등의 여러가지 기반시설을 추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전 부지의 활용도와는 크게 다른 마을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재개발의 경우, 입지 특징 상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숨겨진 세대가 대단히 많다. 독립된 세대 형태가 아니라 동거 형태의 임차로 거주하는 주민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차 거주민들의 이주 계획까지 포함하여 재개발 계획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대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발생하여 재개발을 추진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특히 상가가 많은 지역은 더 추진이 어렵다.

재개발 지역에 전체 공급 세대수가 1,000세대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 전에는 1,500 가구 정도가 거주했을 것이다. 통계로 확인할 수 없는 가구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가구도 단독주택이다. 19세대가 살고 있는 다가구의 경우 결국 통계로 따지면 1개 주택이다. 재개발은 신규 공급 세대수가 기존 거주 가구 수 대비 대부분 지역에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임대 물량분, 거주 규모 증가분 등 나머지 이유는 재건축과 같다.

나대지에 신규로 개발하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고스란히 세대수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대구처럼 기존 도심을 재건축/재개발 해야 하는 입지는 생각보다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거 가족 수는 점점 더 소형화 되고 있다. 기존 5인 이상 2~3세대 가족이 3인 이하의 1~2세대가 되는 속도가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도심 속의 거주 희망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 내 신규 공급 주택의 수는 거의 증가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을 해도 거주할 만한 주택 수가 감소하는 이유다.

▶ 더리서치그룹 김학렬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저자로 16년간 대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이데일리 등 주요 일간지, 각종 주간지, 월간지 등에도 부동산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입지 분석 및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한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있고, 직방 대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다. 4만 5천명이 구독하고 있는 빠숑의 세상 답사기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현재 아시아경제TV 대국민 부동산 토크쇼 살家말家, 부동산 클라우드 팟캐스트 진행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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