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모(37)씨는 지난 주말 운전을 하던 중 아찔한 장면을 목격했다. 옆 차량 운전자가 잠시 정차할 때마다 포켓몬고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김씨는 “운전 중이 아니라고는 해도 위험해보여서 해당 차량과 멀리 떨어져 운전을 했다. 제발 운전 중에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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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과 광화문, 대학로 일대에서는 길을 걸어가며 포켓몬고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소진시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포켓볼이나 알, 포션 등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포케스탑(Pokestop)이 다수 포진해 있어 레벨을 높이기 쉬운,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곳들이다.
앞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보니 행인들과 부딪히는 작은 사고들은 이곳저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포케스탑이 몰려있는 곳을 의미하는 ‘포세권’이나 포켓몬과 금수저를 합한 ‘포수저’ 등에 이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좀비에 빗댄 ‘스몸비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모(42. 여)씨는 “직장 내에서도 점심시간에 스마트폰을 들고 돌아다니는 동료들이 많다”며 “부딪힐까봐 먼저 피해다닌다”고 말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출시 때부터 이어져왔다. 한국보다 먼저 게임이 출시된 미국과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포켓몬고에 따른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샌디에고에서는 포켓몬고를 하던 두 명의 남성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전해졌고, 뉴욕에서도 운전 중 포켓몬고를 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등의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일본 각지역에서도 포켓몬고로 인한 교통사고와 인명피해 소식이 잇따른 바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경찰청이나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은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다. 경찰청은 이번 달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AR게임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민원전담창구를 운영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구형 스마트폰에서는 포켓몬고 오류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더 좋은 기종의 스마트폰으로 교체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받는 학부모들이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첫번째 사례에 등장했던 박씨는 “게임은 한번 시작하면 너무 시간과 노력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어 하지않는 편”이라며 “사람들이 시간만 나면 포켓몬고를 실행하면서 소통도 끊기고 소외감도 정말 많이 느낀다”라고 털어놨다.
포켓몬고 이후 국내 업체들이 터닝메카드고나 뽀로로고 같은 유사 게임을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인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켓몬은 1990년대에 처음 나와 현재 성인이 된 친구들에게도 익숙하지만, 터닝메카드나 뽀로로는 기껏해야 청소년들이 보고 자란 애니메이션이다.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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