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키워드]인플레와 함께 돌아온 美금리인상

이정훈 기자I 2016.02.29 07:15:00

2월 근원 PCE물가지수 4년반래 최대 상승
임대료-의료비-의류비 상승, 경기회복에 무게
달러강세 재개…금리인상은 증시에 호재

미국 근로자 시간당 평균임금 전년동기대비 증가율과 월평균 달러화 인덱스가 비슷한 궤적으로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와 블룸버그 데이터 재인용, 단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2월 마지막날 거짓말처럼 폭설이 쏟아졌지만 한 번의 눈이 오는 봄을 가로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서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 말이다.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이 물 건너 갔다는 시각에 힘이 실렸지만 사실 저변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뛰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조짐은 계속 살아있었다. 오히려 시장이 보내는 잘못된 신호로 인해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참고기사: 2월22일자 `[증시키워드]美금리인상과 시장의 잘못된 신호`)

지난주말 공개된 미국의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 Price Index)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1.7%나 상승하면서 지난 2011년 8월 이후 4년반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사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보합으로 하락세를 멈추고 전년동월대비로는 2014년 10월 이후 최고인 1.4% 상승을 기록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특히 근원 PCE 물가지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1.7%)은 연준 목표치인 2.0%에 거의 다가선 것으로, 이 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펴는데 있어서 핵심적으로 들여다보는 물가지표로 꼽히고 있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 추이 (미국 상무부 데이터 인용, 단위:%)


근원 PCE 물가지수를 하나씩 뜯어봐도 수요가 회복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와 음식료 등 변동성이 큰 지출요소들을 제외한 근원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데다 실질적인 가계와 기업 소비지출을 기초로 하는 PCE 물가지수 항목 가운데 집값(=임대료)과 의료비용, 비내구재 가운데 의류비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임대료가 높다는 건 미국내 부동산 경기가 그 만큼 견조하다는 뜻이고 의료비용(개인 병원비+약값+개인과 기업의 의료보험료)이 상승한다는 건 개인 소득이 늘어나고 취업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또 의류비 증가도 옷을 새로 사 입을 정도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남성 의류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은 더 고무적이다.

이 뿐 아니라 최근 미국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도 완만하게나마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PCE 물가지수가 더 상승할 수 있는 여지를 엿볼 수 있다. 평균임금은 지난해 10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한 후 11월에 2.4%, 12월에 2.7%, 올 1월에 2.5% 각각 상승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평균임금과 인플레이션, 달러화 가치는 유사한 궤적을 그려오고 있다. 2월 근원 PCE 물가지수 공개 이후 달러화 가치도 유로대비 0.83%, 엔화대비 0.8%, 영국 파운드대비 0.86% 각각 상승했다. 2월 들어 기준금리 인상 지연 전망 탓에 주춤거리고 있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또다시 강세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연준의 2월 베이지북과 2월 노동부 고용보고서가 발표된다. 이 두 가지 이벤트를 통해 연준의 두 가지 정책목표(dual mandate·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달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섰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중국과 유로존, 일본 등 대외여건이 안정을 찾으면서 미국 경기는 다시 회복세를 타고 연준은 예정된 금리 인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통적으로, 탄탄한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은 채권에는 악재, 증시에는 호재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