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문화재재단은 2011년 부여 쌍북리 유적에서 출토한 백제시대 목간(나무로 만든 문서)에서 구구단을 찾아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6~7세기 것으로 추정하는 나무목간에는 9단부터 2단까지 칸을 나눈 구구단이 기록돼 있다. 백제시대에 이미 수리체계가 정립됐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나아가 중국서 바로 구구단을 가져왔다는 일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문화재재단이 구구단 목간을 공식 발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문화재재단이 먼저 쌍북리 백제시대 목간의 구구단을 확인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재단은 쌍북리 백제시대 목간이 조세의 물품에 붙은 나무명패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2013년 발표했는데 이에 의문을 품었던 일부 전문가가 최근 열린 목간학회에서 백제시대 구구단 목간의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문화재재단은 “정확하게 검증하지 않는 자료로 토의한 결과”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하루 뒤, 정밀판독을 거쳤다며 ‘국내서 처음 발견한 구구단 목간’이라고 정정을 하고 나섰다. 그 사이 진위를 놓고 온갖 소란이 일었던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쉬운 점은 두 가지다. 2013년 발표 전에 정밀한 논의를 했다면 이미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구구단 목간 가능성을 학회에서 제기했을 때 굳이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 토의한 결과’라고 급박히 입장을 내기보다 차분히 검증했더라면 불필요한 혼선은 없지 않았을까. 문화재 검증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 아니다. 좀더 신중한 접근이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