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연극 '종일본가' 첫선

이윤정 기자I 2015.12.10 06:16:00

미처 몰랐던 아버지 일상·행복 담아
시집 ''가시연꽃'' 수록 ''아버님의 일기장'' 모티브
"이 시대 아버지의 내면 무대서 보여주고파"
27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

연극 ‘종일본가’의 한 장면(사진=조은컴퍼니).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세월이 지날수록 울컥해지는 모습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뒷모습이다. 어릴 땐 태산처럼 커 보였던 아버지의 등에서 언젠가부터 쓸쓸함과 고단함이 배어나온다. 우리를 위해 젊은 날을 그토록 바쁘게 보냈건만 늙어가는 지금, 인생을 견뎌낸 아버지는 무척이나 외롭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인생을 만나볼 수 있는 연극 ‘종일본가’가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 오른다. 격동의 세월을 견뎌낸 아버지들의 인생에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작품이다. 우리가 몰랐던 아버지의 무거운 일상과 소소한 행복을 담았다. 김제훈 연출은 “20~40대 관객은 전혀 알지 못한 우리 아버지의 인생을, 50~60대 관객은 과거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회상과 오버랩한 현재의 일상에서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방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1999년 발표한 이동순 시인의 시집 ‘가시연꽃’에 실려 있는 ‘아버님의 일기장’을 모티브로 삼았다. 일기장 안에 8할 넘게 채우고 있는 글자는 ‘종일본가’. 온종일 집에 있었다는 말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얼마 전 아들을 실족사로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젊은 여자가 찾아오고 아버지의 잔잔한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창작희곡 활성화를 위해 작가를 양성하는 ‘2012 아르코공연예술 인큐베이션’의 다섯 작품 중에 들었으나 ‘서울연극제’ 무대에 올리는 최종 한 작품에는 들지 못해 공연을 못 올렸다.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최종까지 올라갔다가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이후 수정작업을 거쳐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마침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작가이자 배우로 출연하는 이선희는 “여든이 넘은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데 ‘아버님의 일기장’이 너무 와닿았다”며 “아버지의 청춘을 잊지 않겠다는 걸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김태훈과 이도엽이 아버지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은실 역에 신예 김민경, 박씨 역에 오주환, 미주 역에 이선희 등이 출연한다. 김태훈은 “극 중 나이처럼 70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공연을 하면서 나 또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시대 아버지들이 내는 내면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종일본가’의 한 장면(사진=조은컴퍼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