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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살다'…23인의 문패 좇다

김미경 기자I 2015.12.02 06:16:00

블루 플라크, 스물세 번의 노크
송정임·김종관|344쪽|뿌리와이파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영국 런던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 벽면에 붙은 ‘블루 플라크’(Blue Plaque)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파란색 명판에는 짤막한 인물소개와 함께 ‘○○○가 여기에 살았다’고 적혀 있다. 영국에선 유명인의 거주지 등에 이 표지를 붙이는 전통이 있는데 일종의 문패인 셈이다.

책은 12년간 런던살이를 한 예술가 부부의 블루 플라크 순례기다. 2002년 전세금을 털어 런던으로 떠난 미술가 아내와 무명 록밴드 베이시스트인 남편이 블루 플라크를 좇은 기록을 엮었다. 멋진 인생을 꿈꿨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쳐 가던 부부는 산책길에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문패를 우연히 만나면서 탐방을 시작한다.

런던에 있는 880곳 블루 플라크 가운데 부부가 직접 가본 23곳 유명인의 삶을 그들의 시선으로 진솔하게 끄집어냈다. 여행지도를 좇는 흔한 여행기와는 다르다. 울프와 더불어 아르튀르 랭보, 실비아 플라스, 존 레넌, 지미 핸드릭스 등 당대 유명인사와 런던 한 골목에서 마주한 느낌이다.

아내가 그린 23인의 초상화와 그들의 집, 인근 풍경은 묘한 상상력을 불러낸다. 부부는 이런 기록이 인생을 바꿔놓은 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유명인조차 멋지게 살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금 서 있는 여기서 그들 역시 치열하게 숨 쉬었단 사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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