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의도 6배'개발..들뜬 평택 부동산시장

김성훈 기자I 2015.05.15 06:30:00

삼성전자 지난 7일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
LH, 고덕국제신도시내 올 10월 첫 택지 매각
단독주택 택지 웃돈 1억 9000만원..딱지 거래도
기존 입주 아파트까지 2달새 1500만원 넘게 올라

△경기도 평택 부동산 시장이 들끓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착공 등 잇단 개발 호재에 힘입어 아파트값과 땅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토지 조성 공사가 한창인 고덕국제신도시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공장 기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히는 게 흔한 일인가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착공 행사가 열리자마자 부동산 매물을 사겠다는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경기도 평택시 고덕명문상가조합 이은희 실장)

평택 부동산시장이 끓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을 연데 이어 정부가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이 일대 토지와 아파트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특히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오는 10월 2500여가구 규모의 택지 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구 내 주택용지와 인근 토지 매매 호가는 물론 주변 기존 아파트값도 치솟고 있다.

들뜬 분위기는 지하철 1호선이 다니는 서정리역에서부터 느껴진다. 이곳에서 평택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부지 공사 현장과 이어지는 장당교가 보인다. 철길 위로 난 다리를 건너면 광활한 지반 공사 현장이 펼쳐진다.

△ 삼성전자가 공사를 시작한 평택 반도체 공장의 총 부지 면적은 392만 8000㎡. 여의도 공원(22만 9539㎡) 17개를 펼쳐 놓은 크기다. 삼성전자는 2017년까지 반도체 생산라인과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 총 금액 15조 6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삼성 평택 반도체 단지 공사현장.
이곳의 총 부지 면적은 392만 8000㎡. 여의도(윤중로제방 안쪽 290만㎡) 보다도 100만㎡ 이상 큰 규모다. 삼성전자는 총 15조 6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79만㎡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나머지 부지에 관련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매머드급 공장 개발이 본격화되자 북서쪽에 붙어 있는 여의도 4.7배 크기(1341만 9000㎡)의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방문한 고덕신도시 공사 현장에서는 도로·택지 구획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LH는 올해 10~11월 고덕국제신도시 내 60개 획지 가운데 A-8(752가구)·A-9(755가구)·A-17(1022가구) 등 3개 획지(2529가구)에 대한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영 LH 평택 사업본부 과장은 “최근 들어 평택의 높은 미래가치가 주목을 끌면서 이 일대 부동산에 대한 건설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차후 시장 변화를 살피면서 나머지 57개 획지에 대한 매각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의 개발 계획이 본격화 되면서 평택 일대 부동산 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LH에 따르면 현재 고덕국제신도시에 있는 단독주택 필지는 점포 겸용 택지(2000개)와 단독주택지역(2000개) 등 총 4000여개. 공식 분양 전이지만 매물에 웃돈을 주고 입주권을 받는 이른바 ‘딱지’ 거래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고덕신도시 한 단독주택 필지는 올해 초 기존 가격(3억원)에 1억 6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4억 6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들어 신도시내 단독주택 필지를 확보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며 “부지면적 231㎡의 단독주택의 경우 웃돈이 올해 초보다 3000만원 더 붙은 1억 9000만원까지 형성되면서 시세가 5억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 평택 서정리역과 평택 반도체 공장 부지 사이에 있는 제일 하이빌 1·2차(전용면적 59㎡·1010가구)는 기공식 직후 500만원 가까이 뛰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2억 4000만원을 넘어섰다. 두달 새 2500만원 뛴 것이다. 제일 하이빌 1차 단지 전경.
달아오른 필지 확보 경쟁은 인근 토지 가격과 기존 아파트값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한국 감정원에 따르면 서정리역과 반도체 공장 부지 사이에 있는 제일 하이빌 1·2차 아파트(1010가구) 전용면적 59.87㎡형은 기공식 직후 500만원 올라 매매 호가가 2억 3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2억 1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두달 새 1500만원 뛴 것이다. 인근 설동규 제일공인 대표는 “주택시장이 들썩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부지 아래 쪽에 있는 지제동·방축리 일대 땅값도 2013년 지반 공사 전까지 3.3㎡당 100만원을 밑돌았지만 지금은 3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박현숙 서정랜드공인 대표는 “개발 호재로 이 일대 땅값이 2년 새 3배 넘게 뛰었다”면서도 “단기간에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다보니 토지 거래 자체는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평택은 삼성 반도체 공장과 주한 미군지기(K-6) 이전, KTX 신평택역 개통, 평택항 배후 개발 단지 조성 등 호재가 넘쳐나고 있다”며 “지역 부동산 가격도 잇단 개발 재료에 힘입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인 만큼 ‘묻지마 투자’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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