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女風)이 검찰조직 내에서는 산들바람에도 안된다. 평검사 중 여검사 비율은 30%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지만, 고위직으로 가면 뚝 떨어진다. 고위직 검사 85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검찰의 별’로 손꼽히는 검사장급 검찰 간부 가운데 여성은 조희진(53·19기) 제주지검장 단 한 명뿐이다.
◇ 고위직 검사 평균은 서울대 법대 출신 52세 男
고위직 검사의 평균연령은 52세다. 이데일리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공개 및 재취업제한대상에 포함된 고위직 검사 85명을 전수분석한 결과다. 최고령은 김진태(63·14기) 검찰총장이다. 최연소는 조상철(46·23기)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이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보면 정명호(58)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사법연수원 13기로 가장 선임이다. 문찬석(53·24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등 5명이 연수원 24기로 간부급 중에서는 ‘막내’ 기수다.
정 차장은 14기인 김 총장보다도 한 기수 선배이지만 나이는 다섯 살 아래다. 김 총장은 1979년부터 약 4년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서른 살 때 사법고시를 통과해 다른 동기보다 나이가 많다.
TK(대구·경북)가 검찰 주요 보직을 싹쓸이 한 가운데 비TK 중 요직에 오른 검찰 간부는 공안통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김 총장과 같은 PK(부산·경남) 출신인 정점식(50·20기) 대검 공안부장과 안태근(49·20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대검 공안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총장을 바라볼 수 있는 요직으로 꼽힌다.
안 국장은 2008년 대검 공안 1, 2과장을 모두 거친 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거친 대표적 ‘공안통’이다. PK 출신인 정 부장이 법무연수원에서 대검으로 영전한 비결도 ‘공안 수사’ 덕분이다. 정 부장이 통진당 해산 심판을 담당한 법무부 위헌정당해산 관련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헌법재판소에서 통진당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서울 출신 중에서는 한찬식(47·21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돋보인다. 한 차장은 대검 대변인과 국가정보원 파견 근무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주요 보직을 두루 지냈다. 광주·전남 출신 가운데에서는 김현웅(56·16기) 서울고검장이 두드러진다. 김 고검장은 김수남(56·16기) 대검 차장검사과 동기다.
출신고는 대구 경북고, 서울 여의도고, 진주고가 각 4명(5%)으로 가장 많다. 고위직 검사 85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54명(63.5%)이다. 뒤를 이은 고려대가 15명(17.6%), 연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4명(5%)으로 격차가 크다.
김 총장부터 조직 2인자인 대검 차장검사, 그리고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 중 비(非)법대는 구본선(47·23기·교육학과) 대구지검 서부지청장과 안성수(49·24기·국제경제학과) 제주지검 차장검사 둘뿐이다. 평검사는 서울대 출신이 36%(2014년 기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대 법대 학맥의 위력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 검찰 고위직 ‘여풍’은 없다…85명 중 3명 뿐
법무부는 지난 2월 검찰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우수 여성검사들을 검찰의 각급 지휘부와 주요 보직에 고르게 배치했다”며 “여성 검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서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라고 자찬했다.
법무부 설명과 달리 여검사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보긴 이르다. 법무부가 집계한 전체 검사 1985명(2014년 기준) 가운데 여검사 비율은 26.8%(532명)이다. 그러나 전체 고위직 검사 85명 중 여성은 조 지검장과 이영주(48·22기) 춘천지검 차장검사, 김진숙(51·22기) 전주지검 차장검사뿐이다.
최초로 검찰에 발을 디뎠던 여검사 두 명은 4년 만에 검사직을 접고 판사로 전관(轉官)했다. 사업연수원 12기인 조배숙(59) 변호사와 임숙경(63)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1982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평검사 생활을 시작해 함께 수원지검으로 보직 발령을 받아 약 4년 간 검사로 일하다 1986년 판사로 전관했다. 조 변호사는 10여년 간 판사로 근무하다 1995년 법원을 떠나 열린우리당에 입당, 제16대~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조 변호사는 “그때는 함께 일하는 수사관이 처음 여검사를 보니까 생소하게 여겨서 불편해하거나 만만하게 봤다”며 “검찰에서 일하는 여직원조차도 남성 위주인 내부 문화에 길들어져 있어 함께 일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1986년 검찰을 떠나면서 끊긴 여검사 명맥을 이은 여걸이 조 지검장이다. 조 지검장은 1990년 서울지검에서 초임 검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과 서울고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5년 동안 검찰에 몸담은 끝에 지난 2월 여검사 최초로 검사장 자리를 꿰찼다.
조 지검장은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갓 검찰에 부임했을 땐 전국에 여검사가 한 명도 없었다”라며 “누가 권유해서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 검사가 됐다는 자부심이 커서 계속 검찰에서 근무했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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