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그렇다고 무작정 비상발전기를 늘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걱정입니다. 그것도 다 비용이잖아요.” 삼성디스플레이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난 14일 충남 아산의 삼성 탕정단지에는 11분간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탕정단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삼성의 디스플레이 관련 핵심 라인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전력이 끓어지자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가 곧바로 작동돼 설비 핵심 데이터는 보존했지만, 곳곳에서 가동이 멈추는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가동 중단으로 생산 중이던 많은 제품이 폐기됐다. 단 11분의 정전으로 삼성은 100억원 안팎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는 일종의 비상 배터리다. 모든 설비마다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를 장착하면 최대 30분까지 정전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무정전 전원공급장치의 가격은 대당 수억원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탕정에 수백대의 설비가 설치되어 있는데 모든 설비마다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정원 공급이 중단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거나 생산에 치명적일 수 있는 핵심 설비를 우선 보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전력 공급 중단이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수요 관리 등 별도의 조치가 없을 경우 예비전력이 400만㎾를 밑돌 전망이다. 하루 전력 공급 대비 여유분이 5%에 머물러 비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해 ‘블랙아웃’에 대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전력이 끊어지더라도 기업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한국전력의 전기공급 약관에는 정전사태에 대해 면책조항이 명시돼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한전이 손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설비는 외부에 노출돼 있다는 특성 때문에 언제든지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한전이 항상 중단 없이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 스스로 정전 사태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은 이번 정전을 계기로 전반적인 정전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정전대비 매뉴얼을 더 세분화하고 조기 대응을 강화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기는 최근 4단계의 단계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사무실 냉방기 제한 ▲보조 발전기 운행 ▲사무실 전력 우선 차단 ▲핵심 설비에만 전략 공급 등으로 구체적인 대응체계를 만들었다.
LG전자 역시 사업장에서의 전력 위기대응 매뉴얼을 더욱 강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평택, 구미, 창원 공장의 전력량 사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24시간 뜨거운 쇳물을 유지해야 하는 고로 때문에 전력 수요가 많은 포스코는 폐가스를 활용해 자가발전율을 높이고 심야 전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고온가스 대신 중저온 가스를 자가발전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이 끊기면 기업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라며 “국가 전체적으로 전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 자체 발전기를 더 강화하더라도 각자 대응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무더위'보다 무서운 '불황'‥에어컨 대신 선풍기 급부상
☞경제거물 한자리 "경제민주화 법안, 반대"
☞구글, 안드로이드4.1 `젤리빈` 공개..애플과 맞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