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주 사무실을 찾은 P사장님이 골프장 영수증 한 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거 ‘업무추진비’로 처리해주세요. 덕분에 이번 계약 건도 아주 분위기가 좋습니다.”
거래처와 즐거운 라운딩을 끝내고 계약까지 잘 끝내 기분 좋아하던 P사장님은 이어지는 필자의 질문에 순간 얼어붙었다.
“사장님, 혹시 거래처 분과 업무상 골프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실 수 있을까요?”
“골프장 티오프 명단(tee-off sheet)이 있으니까 문제 없을텐데요?”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사장님 혹시 그 명단에 ‘타이거 우즈’라고 적진 않으셨겠죠?”
익명·별명 티오프 명단은 비용처리 증거 안돼
P사장님은 당황해 했다. “타이커 우즈는 아니고, 저는 박싱글, 같이 라운딩한 거래처 대표는 이글맨으로 적었는데 문제가 되나요?”
비지니스를 위한 골프 접대 때 자주 빠지는 함정이 이 ‘티오프 명단’에 사생활 보호 혹은 그냥 장난삼아 실명 대신 별명이나 가명을 쓰는 경우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이런 장난을 장난으로 봐주지 않는다. 세무조사관이 “거래처 대표님 성함이 ‘이글맨’입니까?”라고 묻는 순간 P사장님이 제출한 명단은 휴지 조각이 된다.
“티오프 명단 대신 진짜 업무상 골프였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골프 약속을 잡은 카톡 대화 내역, 일정을 공유한 이메일처럼 ‘이 사람과 이날, 업무상 골프를 쳤다’는 것을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를 반드시 따로 챙겨두셔야 합니다.”
P사장님은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하긴 그렇겠네요, 그런데 주말에 친 거라 좀 찝찝한데 주말은 괜찮은 거죠?”
물론이다. 거래처와의 약속은 주말에 더 많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세무당국도 ‘주말’에 쳤다는 것만으로는 문제 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언제 쳤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그리고 ‘왜’ 쳤느냐다.
“사장님, 주말에 치는 건 아무 문제 없어요. 친구들이나 가족과의 라운딩 비용을 회사 카드로 결제하고 ‘업무추진비’로 처리하는 게 문제죠.”
이때는 명백한 ‘탈세’다. 사업과 아무 관련 없는 사적인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가 적발되면, 원래 낼 세금은 물론이고 무거운 벌금(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특히 골프장 경비 처리는 그 경계가 아슬아슬한 만큼,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찰로 낸 ‘캐디피’ 사업자번호로 현금영수증 받아야
사장님이 뭔가를 떠올렸다. “세무사님, 캐디피는 현금으로 줬는데, 경비로 처리되죠?”
이것도 사장님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중 하나다. 골프장에서는 캐디들이 캐디피를 현금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격증빙’, 즉 세법에서 인정하는 영수증이 없으면 단 1원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사장님, 현금을 주셨더라도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사업자번호로 받아오셨어야 합니다. 그 영수증 한 장이 사장님 세금을 수십만 원 아껴줄 수 있어요. 다음부터는 꼭 챙기세요.”
그러나 캐디는 프리랜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금영수증 받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골프장마다 다르지만 코스 운영팀에 요청하면 캐디피를 프런트에서 카드로 결제해주는 곳이 꽤 있다. 캐디피 포함해서 한 번에 결제해 달라고 하면 골프장 명의 신용카드 영수증이 나온다. 이건 100% 증빙이 가능하다. 단 모든 골프장이 해주는 건 아니다.
규모 있는 골프장은 캐디 운영팀에서 대표번호로 현금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다. 개인 캐디가 발행하는 게 아니라 운영본부·팀장 명의 번호로 대리 발행해주는 방식이다. “사업자번호로 현금영수증 필요하다”고 미리 요청하면 처리해주는 곳이 꽤 많다.
연말이니 ‘업무추진비 한도’도 점검해보시라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은 기본 3600만 원에 매출 규모에 따라 추가 한도가 있지만 이 한도를 넘어서면 아무리 업무상 썼다고 해도 비용처리가 안된다.
사장님을 위한 ‘골프 접대비’ 완벽 체크리스트
△ (증거 확보) 골프장 티오프 명단만으론 불안하다. ‘카톡 대화’나 ‘일정표’를 반드시 챙기자.
△ (주말 OK, 가족 NO) 주말 골프도 ‘업무상’이라면 당당히 경비 처리하자. 단, 친구나 가족과의 골프는 절대 금물이다.
△ (캐디피) 현금으로 냈다면, 반드시 ‘사업자번호’로 ‘현금영수증’을 받아야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 (한도 점검) 연말에는 우리 회사의 ‘업무추진비’ 총 한도가 얼마나 남았는지 꼭 점검하자
|





![10만원 기부하고 13만원 챙겼다…연말정산 '갓성비' 끝판왕[세상만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5/12/PS25120600243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