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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1월 취임과 함께 강력한 관세 정책을 휘두르며 자국 제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요국도 경쟁적으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취임 직후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1조달러(약 146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대만은 반도체 기업 TSMC이 10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도 대한항공(003490)이 327억달러, 현대차(005380)그룹이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나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 반도체·배터리 등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했기 때문에 일본·대만보다 추가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만큼 개별 기업이 제각각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보다는 민·관이 긴밀하게 조율하고 협력해 최대한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게 국가는 물론 개별 기업의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70여 개국이 대미 관세를 낮추기 위한 ‘경쟁적 협상’ 시즌은 본격화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철강·자동차 등 품목별 25% 관세 부과에 이어 이달 모든 나라에 10% 플러스 알파(+α)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다만, 대미 무역 흑자율에 비례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는 시행 직전 3개월 유예했다. 각국 협상 진행상황에 따라 오는 7월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현 한국 상호관세율은 25%로 대만(32%)보다는 낮지만, 일본(24%)보다는 높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문제 삼아온 방위비를 포함해 국방·경제·안보·통상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자국 제조업 재건인 만큼, 지금까지 거론된 조선·방산·에너지를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이 최대한의 투자 패키지를 묶어 상호 윈윈이 가능한 협상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민·관의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라며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기업도 정부와 협력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아무리 좋은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한국만 특별한 예외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동맹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내건 현 통상당국의 협상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미국이 70여 개국과 한꺼번에 협상하는 과정인 만큼 한 국가에 예외를 두기는 쉽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엄청난 제안이 있다면 협상하겠다고 했지만 (관세장벽) 둑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기에 그 기준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