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논의의 근간에는 한국군 병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북한의 병력을 고려할 때 상비병력이 50만명은 되어야 한는데, 인구절벽으로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역대 정부는 ‘국방개혁’ 등을 통해 부족한 병력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골몰했다.
문제는 왜 50만명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산출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나름의 적정 병력규모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결국 병력자원 부족의 현실을 수용하고 추가적인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병력 규모를 추정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병력자원을 최대한 입대시키고(현역입영률 90%) 여기에 간부와 군무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민간 위탁이 가능한 부분의 민영화도 포함된다.
그러나 작전적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식의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와 비슷한 안보환경에 놓여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현역이 16만9500명이고, 예비역이 46만5000명이다. 이스라엘 군이 감당해야 할 국경선만 1000㎞가 넘는다. 휴전선(250㎞)의 4배 이상이다. 이런데도 17만명도 안되는 현역으로 전선을 지키고 있다. 물론 인구 자체가 적기 때문에 현역을 더 많이 보유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내륙 국가인 폴란드의 경우 현역 29만2000명에 30만명 규모의 예비역을 보유하고 있다. 적대적인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인접해 있으며 632㎞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영토는 우리의 3배 이상이다.
안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병력 규모가 한국군의 상비병력의 적정 규모를 판단하는데 실질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더 긴 국경선과 더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훨씬 적은 상비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지형상 대규모 병력 기동이 어렵다는 점과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도 고려한다면, 상비병력 규모는 더 적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예비전력이다. 이스라엘의 예비군은 현역과 대등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들은 현역을 보충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직력을 갖춘 예비역 부대로서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의 병력 구조도 비슷하다. 2023년 현재 현역 133만명에, 80만명의 예비역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예비역은 현역과 동등하게 전투지역에 배채된다. 흥미로운 것은 예비역이 약 40%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요예산은 전체 국방비의 1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2040년이 되면 현역자원은 지금의 절반인 25만명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현역자원이 줄어든 만큼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2023년 예산을 기준으로 국방예산에서 급여와 급식·피복에 들어가는 예산이 40.9%다. 이 부분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를 예비전력으로 돌린다면, 예비전력은 전체 예산의 20%가 넘게 된다. 이 정도 예산이라면 현역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 20만명 정도의 예비전력을 충분히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병력 절벽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해결 방안은 현역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조직적 전투력을 갖춘 예비역을 정예화하는 것이다. 그 외 필요한 자원은 간부 정년 연장, 군무원 확대, 민간 군사기업 활용, 그리고 은퇴세대(시니어)의 충원도 가능할 것이다. 병력 부족의 위기를 병력구조 혁신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