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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역동성 잃은 韓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

김인경 기자I 2024.02.02 06: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굳이 한국증시를 살 만한 이유가 없다는 거죠.”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말이다. 미국이 올해 네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계획을 가시화했는데도 코스피는 오히려 역주행 중이다. 올 들어 코스피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대만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보다도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만의 매력이 없는데다, 주요 증시와 달리 산업 대전환의 흐름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최근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제치고 뉴욕증시 대장주로 올라섰다. 유럽에서는 기술력을 내세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전통을 자랑하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시총 1위가 됐다.

그러나 코스피는 5년, 아니 10년 전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여전히 시가총액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한다. AI 시대가 열리며 AI반도체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 결과 지난달 엔비디아가 24.24% 상승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7.39% 하락했다. 심지어 이제 코스피의 시가총액(2059조원)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2026조원)과 맞먹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금융당국이 준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상장사에 주가 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게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장사의 노력이다. 쌓인 유보금을 풀어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 주주 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서야 외국 자본이 유입되며 장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코스피보다 더 위축됐다 평가받던 일본증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참여 속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잃어버린 30년’을 한번에 되찾았다. 한국 증시도 다시 역동성을 찾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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