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헝가리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국가인 중국을 제치고 순환경제·탈탄소 핵심전략산업으로 꼽히는 폐배터리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선도적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폐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헝가리로 발길을 돌린 건 중국의 블랙파우더(폐배터리를 분쇄해 얻은 검은색 분말) 반출 규제와 헝가리의 현금식 투자 인센티브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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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을 제외하고 글로벌 최상위 폐배터리 기업인 성일하이텍에 이어 에코프로·SK에코플랜트·테스 등 3사도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위해 헝가리를 택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3월 ‘유럽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맺고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헝가리 폐배터리 공장 건설이 첫 프로젝트다.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이다.
헝가리가 폐배터리까지 포함한 배터리 산업 밸류 체인을 완성하면서 유럽의 전진기지로 떠오른 배경엔 정부의 공격적 투자유치 인센티브와 동방개방 정책이 꼽힌다. 헝가리는 투자금의 최대 50%를 현금과 세제혜택으로 되돌려준다. 즉 완성차 OEM(위탁생산)에 납품이 가능한 공급망, 정부의 탄소중립 및 일자리 창출 정책, 9%의 낮은 법인세율, 저렴한 인건비와 부지 등에 더해 이같은 공격적 투자인센티브까지 가세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성일하이텍의 경우 총 투자금 2600만유로 중 현금 인센티브 860만 유로, 세액 인센티브 440만 유로를 헝가리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량과 압도적인 사용 후 배터리의 발생량을 고려할 때 피드스탁 확보가 쉬운 중국이 헝가리에 밀린 건 전적으로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산업 밸류 체인이 구축된 헝가리가 유럽 내에서는 가장 투자매력도가 높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