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즉시 경복궁 일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전문가 20명을 투입해 세척과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17일 오후 10시 20분께 경복궁에 또 다른 낙서가 추가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복구 작업 중인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써 놓은 것이다. 경찰은 모방 범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가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숭례문 방화 사건’이 있다. 방화범은 숭례문에 시너를 부은 다음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이로인해 600년 전통을 지켜온 대한민국 국보 1호(문화재지정번호는 2021년 폐지됐다) 숭례문이 전소되고 말았다. 2017년 발생한 ‘언양읍성 스프레이 사건’도 있다. 40대인 B씨는 울산 사적인 언양읍성 성벽 약 70m 구간에 붉은 스프레이로 미국을 비하하는 내용과 욕설 등의 낙서를 했다.
수백·수천년의 역사를 훼손한 것에 비해 범죄자들이 받는 처벌은 너무 약한 게 문제다. ‘언양읍성 스프레이’ 범인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숭례문 방화범의 경우 앞서 2006년 사적인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구속됐지만, 처벌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유예 기간 중 숭례문에 불을 낸 것이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이 되면 온전한 원래 형태로 복구하는 것이 어렵다. 문화재청 측에서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강력한 처벌을 통해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스프레이 한번 뿌린 대가로 징역 30년을 살아야 한다면 과연 인증샷까지 찍을 수 있을까.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문화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눈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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