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 9일, 대검찰청 별관 강당에 선 오은영 박사의 농담에 객석엔 한바탕 웃음이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특별강연회 ‘오은영의 소통콘서트’에 참석한 300여명의 검찰 직원들은 올바른 소통과 수평적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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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박사는 가정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소통 오류가 사회 전반의 불통으로 이어진다고 짚은 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억울이’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꾸 이 억울함을 건드려 답답하고 짜증나고 상대가 미워진다”며 “나부터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소통법을 꾸준히 실천하면 가족과 사회와 내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검찰은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명사 초청 강연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을 초청해 ‘미투, 그 이후의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고, 지난해 10월에는 부커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를 초청해 수평적 조직문화, 양성평등, 소통에 대해 강연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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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상명하복 문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조직 내부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초임 검사들은 막중한 업무부담과 상사의 강압에 시달려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때때로 극단적 선택까지 발생해 법조계를 침통하게 했습니다.
이처럼 폐쇄된 조직문화는 결과적으로 검찰의 올바른 업무 처리를 방해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정권 당시 ‘검찰개혁’을 추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사들을 만나 “상명하복 문화를 박차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 같은 존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고.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여전하다”며 “다원화된 민주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하고 외부와의 소통이 있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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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총장이 검찰 조직문화 개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기 자신의 업무 경험과 성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온화한 성품으로 유명한 이 총장은 과거 손찌검과 욕설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에도 후배 검사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고 강압적으로 대한 적이 없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수사에 임할 때도 마찬가지로 피의자들을 존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했다는 후문입니다.
법조계 역시 이 총장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신과 거부감은 외부로 알려진 강압적인 문화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민 인권 수호자’를 자처하는 검찰은 변화된 인권 의식에 발맞추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