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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려 A씨의 시모는 아들(A씨 남편)과 통화하면서 명절에 내려오지 말고 집에서 쉬거나, 오더라도 당일 하루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 남편은 시댁에 가지 않으려는 듯이 오해하고 자신을 채근하다가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남편의 폭력은 계속 이어졌다. 하루는 아이 양육 문제가 화근이 돼 남편에게 온몸을 구타당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을 받았다.
부상보다 아픈 것은 이 폭력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는 점이었다. A씨가 당한 폭행은 모두 집안에서 발생했다. 이날 이후 부부는 별거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남편은 폭행과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법정에 선 남편은 폭행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A씨 얼굴과 몸에 난 상처는 자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차례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민 적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날 직전 폭력이 발생한 이튿날 가족이 여행을 떠났 것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만약 폭력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A씨가 흔쾌히 가족 여행을 갔겠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피해자다움이 없는 행동이기에 폭행은 없었다는 게 남편 주장이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남편에게 징역 6월의 집행을 2년간 유예하는 형을 선고했다. 남편의 폭행 두 건과 상해 한 건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서 내린 결론이었다.
A씨는 폭행을 당할 때마다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해두었다. 촬영 일시와 장소가 남아 있었기에 남편의 주장을 무찌를 수 있었다. 그리고 몸에 남은 충격의 흔적은 자해로는 발생하기 어려운 정도와 위치에 있었다.
법원은 “피고인은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연락해 협박하거나 모욕을 주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어 A씨가 폭행을 당한 직후 여행을 떠난 데 대해서는 “폭행을 당하고 여행을 떠나지 말란 법도 없고, 자녀를 기르는 부모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