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갑상선은 우리 몸의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다. 무게는 10~15g, 목의 앞부분 가운데에 위치한다. 갑상선의 역할은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것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의 기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심장을 뛰게 하고 장(腸)을 움직이게 하며 몸의 대사에 관여한다. 갑상선이 우리 몸의 지휘자 또는 보일러로 통하는 이유다. 또 태아의 신경과 근골격계의 성장을 도와 엄마한테도, 태아에게도 꼭 필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진다. 갑상선호르몬이 필요한 양보다 많거나 적게 되면 그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중독증(Thyrotoxicosis)은 갑상선호르몬이 체내에 많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관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쉽게 갑상선중독증은 갑상선이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호르몬 자체가 몸 안에 많은 상태로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도 불리지만 중독증이 항진증보다 큰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나면 갑상선의 크기는 전반적으로 커질 수 있고 다양한 신체 대사 관련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갑상선호르몬 과다로 발생… 체중감소, 피로감 등 증상
갑상선중독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다. 그레이브스병은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갑상선이 더 일을 많이 하게 되는, 이로 인해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 질병이다. 또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선종(혹)이 발생하면서 갑상선자극호르몬 과다로 갑상선호르몬 생산이 증가하는 경우나 갑상선 자체에 있는 선종이 스스로 갑상선호르몬을 과다하게 만들어 내는 경우(갑상선 열결절)에도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 갑상선호르몬 생성의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닌, 갑상선 염증으로 갑상선 세포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갑상선 세포에 저장된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혈중에 많아지는 상태(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아닌 중독증) 의 원인이 되는 아급성갑상선염이나 산후 갑상선염, 약제 갑상선유발염 등으로도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체중감소와 피로감 등이다. 또 더위를 잘 못 참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짜증이 잘 나는 등의 증상으로 폐경 증후군과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대변 횟수가 늘어나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여성 환자는 월경량이 줄면서 결국 생리를 안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이 중 그레이브스병의 경우 눈이 커지고 안구가 돌출되면서 출혈이 발생하고 눈이 잘 안 감기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안병증’이 환자의 약 30%에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혈액검사로 진단… 중독증 원인 따라 치료법 달라
갑상선중독증은 대개 혈액검사로 진단한다. 이외에 갑상선 관련 검사인 갑상선호르몬 검사, 갑상선자극호르몬 검사와 함께 갑상선 스캔 검사를 진행한다. 갑상선중독증으로 진단되면 자가항체 및 초음파를 추가 시행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가만히 놔둬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조관훈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아닌 중독증은 갑상선 자체가 일을 많이 해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기다리면 좋아지고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를 해주면 되지만, 항진증은 약물요법, 방사선 요오드 치료, 수술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부분 약물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약물요법에 특별한 부작용이나 반응에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용량에서 저용량으로 줄여나가면서 1년 반에서 2년 정도 약물을 복용한다. 그 정도 시기가 되면 약물을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되는데, 절반은 완치되고 나머지 절반은 재발한다. 약물 중단 후에도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약물 부작용은 두드러기, 가려움증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약제로 변경하거나, 용량을 감량하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조절된다. 일부에서 급성 간기능 악화로 소변 색깔이 탁해지거나, 아주 드물지만 무과립혈증이라고 해서 갑자기 인후통과 같이 고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1~2달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약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관훈 교수는 “일부 환자에서 탈모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는 치료 도중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고 대사 상태가 변하면서 모발이 빠지고 다시 나는 속도가 빨라져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임신 초기 입덧은 갑상선 변화 때문… 중기 이후 정상 회귀
임신을 하면 갑상선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임신 초반 3개월까지 태아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산모가 공급해 줘야 한다. 30~50% 정도 필요량이 늘어난다. 임신 전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던 산모도 임신 초기에는 갑상선 기능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한 이유는 임신호르몬이 갑상선호르몬 생성을 증가시키면서 이로 인해 갑상선중독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나 후기에는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대부분 입덧도 좋아진다. 출산 후에는 대개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간혹 산후 갑상선염 등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조 교수는 “임신 기간마다 갑상선 기능의 정상 수치가 다르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 확인 시 임신 몇 주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신 초기에는 갑상선호르몬 농도가 조금 높아야 태아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요오드 과다 섭취 주의… 김은 하루 한끼만
음식은 갑상선질환과 관련 있는 요오드를 과다하지 않게 섭취하는 정도만 조심하면 특별히 조심할 건 없다. 우리나라는 요오드가 많은 해조류나 해산물 섭취가 많고 장류, 젓갈류 등으로 요오드 섭취가 많은 편이다. 요오드 일일 섭취 권장기준은 80~150㎍이다. 다시마에 가장 요오드가 많고 미역, 김, 해조류, 유제품, 달걀, 육류, 해산물 등의 순으로 요오드 함량이 높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형태로 요오드를 많이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챙겨서 먹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김을 좋아하는 분들의 경우 매일 또는 매끼 드시기도 하는데 자칫 과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능하면 하루 한끼 이상은 드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