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준석 비토에 제3지대까지…험난한 `보수 대통합`

권오석 기자I 2021.08.24 07:55:38

국민의힘, 이준석·윤석열 갈등에 당내 혼란 지속
안철수·김동연 등 `제3지대` 행보 본격화 예상
제1야당 `범야권 플랫폼` 자처한 것 무색해
"이런 갈등은 항상 존재…최종 후보 나오면 해결" 전망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내년 대선에서 정권 창출을 노리는 보수 야권이 통합은커녕 내홍과 `각자 행보`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결렬된 것은 물론,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당 대선주자들 간 대리전 양상까지 일어나는 실정이다. 야권의 부름을 받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마저 `제3지대` 노선을 선택하면서, 보수 대통합의 길이 험난해지고 있다.

‘이준석 비토’에 ‘제3지대’까지…범보수 쪼개지나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지금까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당내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진심을 담아 국민과 당원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선주자 토론회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비롯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녹취록` 공방 등 당내 분란 중심에 섰던 것에 대해 고개를 숙인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그는 “이번 선거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대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선거다. 비록 그 방법론과 절차에 있어 당원간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 선관위가 출범하는 이상 이런 이견보다는 대동소이한 우리의 정권교체를 향해 모두 결집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사과의 입장을 내비쳤지만, 사태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윤 전 총장과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을지 관건이다. 앞서 윤 전 총장 캠프의 민영삼 전 국민통합특보는 이 대표를 향해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썼다가 논란이 커지자 해촉됐다.

급기야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윤사모` 측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했으나, 윤 전 총장 측이 즉각 “당의 단합을 강조해 온 윤 후보의 뜻을 존중해 집회를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심각성을 느낀 일부 대선주자들은 이 대표 엄호하기에 나섰다.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내 뜻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의 전략총괄본부장인 박대출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당 대표 체제를 흔들어선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분열은 파멸이고 다 자중하자”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범야권 플랫폼`을 자처한 게 무색할 만큼, 당 밖에서는 제3지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 무산을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연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난 안 대표는 김 전 부총리와 만날지 묻는 질문에 “어떤 분과도 뜻이 같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미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밝힌 김 전 부총리는 대선 출마 의지를 표명한 이후 숨을 고르며 대권 채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야권 통합은 내년 대선을 승리하는 데 있어 필요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진보진영 득표율은 47.25%이고 보수진영의 득표율은 52.2%였다. 야권에서는 당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못한 것이 뼈아픈 실책으로 기억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고 최종 후보가 탄생하면 갈등은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런 갈등은 항상 존재했고 민주당에 비하면 심하지도 않다. 단일 후보가 나오면 화합이 될 것이다”면서도 “국민의힘은 당의 지지율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대선주자들이 당 눈치를 봐야하는데, 눈치를 안 본다는 게 문제다.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좀 과대평가 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은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유승민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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