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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업도 비대면…군살빼기 나선 기업들
이데일리와 구인·구직 종합포털 사람인과 공동으로 기업 인사담당자 4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구조조정을 실시했거나 계획이 있다‘고 답한 119개사 중 직원수가 300~499명 이내인 중견기업이 27.7%(33개사), 500명이상 대기업이 15.9%(19개사)나 된다.
기업 규모별 응답비율로 따져봐도 중견기업(107개사)중 30.8%, 대기업(60개사)중 31.6%다. 경제 충격에 상대적으로 내성이 강한 대기업들과 중견기업도 구조조정 바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 차원의 인력 감축보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텍트 산업 급성장 등 급격히 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춰 사업조정 등의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들은 퇴직자가 발생해도 새로운 인력을 뽑지 않고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유휴인력을 줄이고 있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인원감축을 진지하고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연근무제, 유급휴가 등 시행으로 근무인력이 줄었는데도 회사 운영에 별 문제가 없자 그동안 인력을 방만하게 운영해온 것 아니냐는 반성까지 한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해외영업은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아가서 했지만 지금은 비대면으로 한다. 제약회사도 영업사원 대신 온라인으로 영업을 하지만 실적은 오히려 더 좋다”며 “기업들이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고 변화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콤펙트한 조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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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공을 키우려면 정말 어렵다. 지난 5월에 일감이 없어 공장 문들 닫았을 때도 유급휴직을 하고 월급을 줬다. 오죽하면 대출까지 받아서 상여금을 줬겠나. 몇 달 좀 좋아지나 싶더니 다시 어려워졌다. 지금같은 상황이면 다 내보내야 하는데 다시 좋아질 거란 얘기도 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경기도 소재 금속부품 제조업체 B사 최모 대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에서 주로 사망자가 나왔듯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또한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건비 부담을 느낀다는 기업이 64.1%(280개사)였다. 이중 42.1%에 달하는 118개사가 신규채용을 중단했으며 임금 삭감이나 동결을 검토 중이란 곳도 118개사나 됐다.
실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관광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에 기대 버티다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손을 드는 곳이 늘고 있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02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4000명 늘었다.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만명대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부터 지난달 26일까지 7만1000개 사업장에 고용유지지원금 약 2조 975억원 지급했다. 노동자 약 75만명이 혜택을 봤다. 4차 추경에서 4845억원을 추가한 것까지 포함해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총 2조 6476억원에 달한다. 고용부는 내년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으로 1조3728억원을 편성했다. 고용부 안팎에서는 내년에도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인 만큼 지원 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다못해 인턴이라도 새로 사람을 뽑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다양한 직업훈련 기회를 늘리고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