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조치란 지분 처분, 자산 매각 등 결합회사의 소유구조에 일정한 변경을 가하면서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는 독과점이 형성돼 시장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선제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 사무처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게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요기요나 배달통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독과점 논란 해결 위해 요기요 매각 전망도
12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9일 발송한 심사보고서(공소장 격)에서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간의 M&A에 대해 구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았다.
자산매각이나 보유지분 처분과 같이 근본적으로 독과점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선행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에 한정해 시장을 분석한 결과 M&A 이후 시장 경쟁 제한 여부를 따진 결과 독과점 남용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이다. 결합사의 합산 점유율은 90.8%로,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다.
공정위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속속 배달앱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가격 인상 효과를 완화할 가능성도 검토했다. 하지만 배민-요기요 M&A로 탄생할 공룡 배달앱에 맞대응하기엔 아직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결합사의 일부 주식과 자산 매각을 요구해 시장 경쟁 활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 위메프오가 빠르게 점유율을 키우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을 각각 6.8% 2.3%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독과점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요기요 또는 배달통 매각 카드를 공정위가 꺼내 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H가 요기요를 매각하면 시장점유율은 60%대로 낮아진다. 요기요가 어떤 사업자에 넘어가느냐에 따라 2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30~37% 수준으로 올라간다. 최대 1위 사업자와 격차가 23%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장 ‘진입장벽’은 일부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추진할 당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자 배민의 해외네트워크와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차원일 뿐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수익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왔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진출이 목표라면 반드시 두 회사를 결합해 국내 점유율 90%가 넘는 독점 사업자를 탄생시킬 필요가 없어서다.
하지만 DH로서는 여태껏 잘 해오던 본사업을 매각해 경쟁자를 키워주고 새로운 사업체를 인수하는 셈이어서 계산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M&A 불허 못지 않은 까다로운 조건부 승인 꼴”이라면서도 “DH가 국내 사업보다는 배달의민족 DNA를 가지고 아시아시장에 진출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요기요를 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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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음식점 내 주문을 받고 배달대행업체를 호출할 수 있는 기기인 포스(POS·판매 시점 정보 관리)기를 관리하는 회사인 ‘푸드테크’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이 회사는 배민의 자회사다. 현재 푸드테크는 배민 외 다른 업체의 주문도 받고 있지만 독과점을 형성하면 다른 업체의 거래 주문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POS기를 통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경쟁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사무처가 의견을 제시하면 위원회(법원 격) 위원 9명이 전원회의에서 피심의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최종 합의를 한다. 심의 결과에 따라 최종 조치는 달라질 수 있다. 피심의인측은 애초부터 공정위가 주문전화 시장을 제외하고 배달앱 시장에만 시장을 확정해 경쟁제한성을 따진 것은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원회의는 내달 9일로 잠정 정해졌지만 피심의인의 의견 제출이 늦어지면 연기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