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행위 중단 합의, 달라진 군사활동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남북은 합의 내용 이행을 위한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습니다. 비무장지대(DMZ) 내 상호 11개의 감시초소(GP) 시범철수를 비롯해 육·해·공 접경지역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이 약속한 기한 내에 마무리됐습니다. 또 중부전선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의 공동유해 발굴을 위한 남북한 연결도로 개설, 한강하구 지역 남북공동 조사를 통한 해도 작성 등의 성과도 냈습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적대 행위들도 중지했습니다.
|
◇군사합의 무용론 ‘솔솔’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임에 따라 남북간 9.19 군사합의 이행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들어선 아예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남북 군사당국 간 대면 접촉도 지난 해 1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 공동수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전달할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지난 해 2월 말까지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진행할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해 상호 통보키로 했지만 북측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공동유해발굴은 남측의 단독 발굴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DMZ 내 모든 GP 철수를 위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JSA 자유왕래 관련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9.19 군사합의가 사문화 됐다며 이를 폐기하고 축소·조정된 한미연합훈련 등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게다가 북한은 지난 해 11월 9.19 군사합의에 따라 해안포 사격이 금지된 서해완충구역 내 창린도에서 해안포 실사격 훈련을 했습니다. 그간 북한의 군사적 활동에 9.19 군사합의 위반 평가를 유보하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역시 합의를 어긴 행위라며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한바 있습니다.
◇9.19군사합의 가치 지키려면…
군비통제는 신뢰구축 조치(CBM)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나 남과 북의 현재 관계에 신뢰가 있는지 회의적입니다. 남북 군사당국간 핫라인 운용도 제한적입니다. 북한군 훈련시 우리 측에 대한 사전 통보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비핵화 약속만 했을 뿐, 여전히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남북간 70년 동안 지속돼 온 대결과 갈등을 하루아침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하지만 9.19 군사합의는 실제 이행조치들이 추진돼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과거의 합의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부 북한의 위반 사례 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군 당국이 9.19 군사합의 이행을 홍보하고 그 추진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이에 더해 국민들로 하여금 군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 매체를 통해 최근 실시된 해병대 연례 상륙훈련과 한미연합훈련 등의 소식을 접하는건 뭔가 이상합니다. 국방부와 군은 그간 훈련 일정 등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우리 군의 역량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동시에 장병들이 필승의 의지를 다지는 그런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