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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료에 목마른 미국…블랙보리가 콜라시장 대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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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기자I 2019.11.01 05:30:00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인터뷰, 韓 음료 글로벌화 시동
영양섭취 고려한 제2 국민음료 구상 중…토닉워터·석수는 '숨은 보석'
"올해 실적 반등 찍고 1조원 매출 달성하겠다"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콜라와 서양식 과일 주스가 대부분이었던 1990년대 한국 음료 시장. 은행원 출신 서른세 살 직원의 아이디어로 출시된 숭늉 음료가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1999년 출시한 ‘아침햇살’이다. 이어 2000년에는 보리차 음료 ‘하늘보리’가 성공한다. 웅진식품은 연타석 홈런을 치며 식음료 업계 신데렐라가 됐다. 보리차, 숭늉과 같은 생활 속 우리 음료의 시장성이 입증된 순간이기도 하다.

하늘보리와 아침햇살로 우리음료 시대를 열었던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前 웅진식품 부회장)가 미국 시장을 두드린다. 시점은 내년이다. 건강음료에 관심이 높아진 미국 유통 채널에 입점해 우리보리 음료를 알린다는 목표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사진=김유성 기자)
제일은행(1981~1990년) 출신인 조 대표는 1990년 웅진그룹 기조실에 입사하면서 식음료 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연이어 선보인 우리 음료 제품이 대박을 치며 1999년 웅진식품 대표이사, 2005년에는 웅진식품 부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2017년 2월에는 실적 부진에 빠진 하이트진로음료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올해는 블랙보리 성공 덕에 취임 후 첫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조 대표 “우리 음료로 수출하겠다”

조운호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블랙보리 수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 내 유명 유통 체인에서 블랙보리 납품 문의가 들어왔다”며 “보리음료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 식품 박람회에 나가 블랙보리를 소개한 결과다.

블랙보리는 전북 고창과 전남 해남에서 생산된 검정보리로 만든다. 검정보리는 한국식량과학원에서 육종한 최신 보리 품종으로 황산화물질 등이 일반 보리보다 1.5배 더 많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검정보리를 전량 매입해 음료로 만들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누적 8000만병을 팔았다. 연매출 규모는 200억원 정도다.

(단위 병, 자료 하이트진로음료)
조 대표가 시장성을 확신하는 배경에는 ‘건강음료에 대한 수요 증가’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 음료의 아이콘은 ‘코카콜라’였는데 아이들한테까지 먹이지는 못하겠다는 부모가 늘고 있다”면서 “설탕이 안 들어간 몸에 좋은 음료를 찾는 게 그곳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로는 녹차가 있지만, 그 안에 함유된 카페인이 문제였다. 반면 보리음료는 생수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설탕과 카페인이 없어 아이들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최근 일본 학부모 사이에서도 보리음료가 주목받고 있다고 조 대표는 덧붙였다.

조 대표는 블랙보리에 이어 또 다른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도 숭늉처럼 한국인에 친숙한 전통 음료다.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나라에서도 환영받게 만들겠다는 목표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사진=김유성 기자)
숨은 보석 살린다…“올해 실적반등 예상”

국내 시장은 하이트진로음료 안에 있던 ‘숨은 보석’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이중 대표적인 제품이 ‘진로믹서 토닉워터’와 ‘석수’, ‘하이트제로’다.

진로믹서 토닉워터.(하이트진로음료 제공)
토닉워터는 위스키 등 독한 양주를 희석해 먹거나 칵테일을 만들 때 쓰는 탄산수다. 소주 음용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조 대표는 “소주에 섞어먹는 제품 콘셉트를 앞세운다면 토닉워터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회사인 하이트진로의 주력제품이 소주이기 때문에 이와 연계한 마케팅도 가능하다. 한해 40억원대인 하이트제로의 매출도 1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석수는 1990년대 한국 생수 시장의 개척자와 같다. ‘삼다수’ 등 후발주자에 시장을 내줬지만 석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조 대표는 “마케팅만 충분히 뒷받침되면 옛 영광을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조 대표는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매출 성장세가 뒤따라준다면 2025년 1조원 매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올해는 영업 흑자(20억~30억원)까지 예상했다. ‘매출 성장에 따른 영업흑자’는 근 10년만이다. 그는 “음료 부문도 모회사 주류 못지않은 매출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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