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수사권 조정법안 졸속 인정한 법무부 개선안

논설 위원I 2019.05.15 06:00:00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수사권 견제를 받는 검찰 반발이 거세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그제 전국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으나 검찰 내부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검찰 의견이 받아들여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검·경의 힘겨루기보다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더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에서 뒤늦게 검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박 장관의 접근방식에서부터 불만이 제기된다. 법무부 스스로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검찰 패싱’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패스트트랙 처리에 일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가뜩이나 최근 문 총장이 자리를 걸면서까지 공개 반발한 데 대해 법무부가 ‘겸손하고 진지한 논의’를 주문하는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했던 마당이다. 그러고도 다시 검찰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니, 반응이 고분고분할 리 없다.

문제가 검·경 및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에 그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입장이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과연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초 경찰의 수사종결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록을 검토하면서 수사의 문제점을 파악하도록 했던 방안에 제기된 우려가 하나의 사례다. 이런 절차로는 경찰 수사의 잘못을 바로잡아 피해자를 구제하기가 로또복권 당첨 확률보다 희박하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법무부가 이에 대한 시정을 약속했지만 법안이 졸속으로 마련됐음을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번 논란이 검찰의 수사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임은 물론이다. 공수처 신설 방안도 검찰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기본 의도에서는 마찬가지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에서부터 기소독점권까지 행사하는 검찰의 권한에 대해서는 당연히 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목적에 매달린 나머지 다른 부작용은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사권을 조정하려는 것도 옳지는 않다. 법무부 개선안이 제시된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