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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과격한 페미니즘이 ‘남성혐오’를 넘어 ‘노인혐오’까지 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인 오세라비(60·본명 이영희) 작가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오 작가는 이 같은 흐름을 ‘사회병리현상’이라고 지적하며 “과격한 페미니즘을 새로운 여성운동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심각한 남녀갈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회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시점에서 이러한 무차별적인 혐오는 세대간의 혐오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꼴불견인 노인들도 많이 나올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꾸짖고 권위만 내세우는 노인을 일컫는 ‘단카이 몬스터’가 곳곳에서 문제가 됐다”며 “우리 사회 혐오의 방향이 노인들을 향할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최근 출간한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좁쌀한알)를 통해 남성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문제 현상을 파헤쳤다. 2015년 8월에 개설된 ‘메갈리아’는 여성혐오에 대항한다는 이름으로 남성혐오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워마드’ 사이트를 통해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혜화역·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벌인 이들을 일각에서는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고 부른다. 1960년대 미국의 급진주의와 꼭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서구에서는 반세기전에 일어났던 일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재현되고 있다. 독립운동가를 모독하고 남성연예인이 죽었다고 환호하는 이런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다. 대다수의 여성은 영 페미라 불리는 페미니즘의 틀 안에 갇혀있다.”
서구에서는 인권선언에서부터 페미니즘 운동으로 이어지는 발전과정이 있었지만, 한국사회의 여성운동은 과격하고 극단적인 요소만 바구니에 골라 담은 양상이라고 했다. “이러 식의 혐오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길 뿐 오래가지 못한다. 공동으로 먹는 우물물에 독을 푸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격한 페미니즘이 불붙은 지 3년째인데 이제는 변곡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절정기를 지나 점차 쇠퇴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오 작가는 정치권과 여성학자들까지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권력을 위한 불쏘시개로 이용하면서 페미니즘이 전성시대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 5월에 20대 여성이 한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진 ‘강남역 살인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이 터지면서 과격한 페미니즘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여자라서 범인을 빨리 잡았다는 건 억지주장이다. ‘워마드’ 사이트를 모니터한지 3년이 넘었는데 포르노 사이트나 다름없다. 시시때때로 남성의 성기와 나체 사진이 올라오고 아동 음란물도 올라오더라.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범죄이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거지 여자라서 체포한 것은 아니다.”
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을 대안으로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현재의 페미니즘은 채찍은 피하고 가능한한 많은 당근을 얻으려고 하는 ‘당나귀 오류’에 빠져있다고 했다.
“과격한 페미니즘은 이미 구시대의 산물이다. 여성과 남성을 포괄하는 ‘휴머니즘 운동’이 해답이다. 해결점을 찾아서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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