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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환경에 친화적인 종이로 돌아가야 한다”는 윤철(52) 리페이퍼(rePAPER) 대표는 플라스틱에서 벗어난 세상을 그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소재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이 80여년 동안 일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소비돼 왔지만 친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100% 순환자원화(펄프화)가 가능한 ‘PE-free’ 제품 개발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1994년 한솔제지에 입사한 윤 대표는 상품 및 기술개발팀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제지연구소 시절 경험을 살려 공부를 하다 보니 친환경 종이 소재 쪽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들었다.
유학을 마치고 창업진흥원의 정책 자금 지원을 받아 지난 2014년 7월 리페이퍼를 창업했다. 운이 좋게도 그해 10월 참가한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전시회’에서 눈에 띄어 NICE그룹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이듬해엔 아예 계열사로 편입됐다. 특허청과 식약처, 미국FDA 등 국내외에서 취득한 지식재산권 및 인증만 7가지다.
윤 대표는 PE가 저렴하고 가공성이 좋은 성분인 건 분명하지만, 친환경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은 대체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PE로 코팅한 종이컵은 재활용률이 3% 정도에도 못 미치고 나머지는 그냥 버려지는 현실”이라며 “재원료화가 가능하고 그냥 버려도 나뭇잎처럼 썩어 퇴비화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연간 260억개. 이 가운데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은 연간 166억개로 1인당 하루 평균 3개 이상 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PE코팅 종이컵으로 재활용과 재원료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매립시 100% 자연분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최소한 20~30년 이상 걸리고, 소각할 경우 유해가스 발생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리페이퍼는 PE코팅을 대제할 수 있는 친환경 코팅 기술을 개발, 지난해 3월 유럽 내 3개 제지회사가 합병한 글로벌 제지 전문기업 ‘렉타(Lecta)그룹’에 친환경 식품용지 코팅제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친환경 수용성 코팅제 1만t(350억원 상당)을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독점 공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최대의 1회용컵 생산업체와 친환경 식품용기 공동개발 협약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선 무림제지와 함께 월 1000만원 규모의 친환경 일회용 종이컵을 생산 중이다.
윤 대표는 “100% 재원료화가 가능하고 자연 분해되며, 뛰어난 열 안정성으로 전자레인지 및 오븐까지 사용 가능해 PE 종이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지만, 정책 지원 및 투자 보다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이 더 큰 장벽이다.
윤 대표는 “창업 이후 ‘과연 작은 스타트업의 기술을 신뢰할 수 있을까, 제품을 믿고 쓸 수 있을까’라는 인식을 돌파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무엇보다 이런 인식의 변화와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PE 프리’인 종이용기를 거쳐 2단계 목표는 스낵·김 포장지 등 알루미늄을 포함한 복합포장재를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기술 개발이 85% 수준에 도달한 상태로, 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 목표는 ‘테트라 팩’(Tetra Pak)이다. 1951년 스웨덴의 루벤 라우싱(1895~1983)과 에릭 발렌버그(1915~1999)가 설립한 테트라 팩사(社)는 종이,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해 테트라팩을 만들었다. 음료 패키지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인 성과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최대 패키지 공급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윤 대표는 “복합 포장재 및 종이팩, 나아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까지 대체해 전 세계적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일회용 생활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순환 사이클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